웹페이지 사용자 편의성 좋아져…한겨레 강점 콘텐츠 앞세우길
긴 호흡의 연재기사 코너 있었으면
‘오직 한겨레에서만’ 더 홍보 필요
‘뉴스 브리핑’ 인스타그램에 유통하면
젊은 독자 확보에 도움 될것
기획 기사 제목으로도 검색 됐으면
1020 붙잡을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겨레는 2014년 ‘혁신 3.0’ 전략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디지털 혁신을 시도해왔다. 종이신문 독자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최근엔 누리집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에 편성 개념을 도입하는 등 다시 한번 전사적 힘을 모아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디지털 전환은 독자와 함께 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열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우경 에스케이(SK) 수펙스추구협의회 피아르(PR) 담당 임원,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장, 이예진 경상국립대 학생(전 경대신문 편집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홍연지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가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뉴스룸국 이주현 뉴스총괄, 박현철 서비스총괄이 참석했다.
제정임 한겨레가 최근 디지털 뉴스 서비스를 개편했다. 어떻게 보셨는지 자유롭게 평가해달라.
김종진 한겨레 웹페이지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검색이 잘 안 된다는 거다. 신문 제목을 넣어도 기사가 검색에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 반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하면 걸린다. 도대체 어떤 키워드를 넣어야 검색이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바일 첫 화면 상단에 경향신문은 ‘홈-이슈-오피니언-디지털’ 메뉴가 보이는데, 한겨레는 아무 것도 없다. 내 연령대(50대)에게는 경향신문이 더 익숙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한겨레와 한국일보가 ‘인공지능과 노동’ 관련 연재를 했는데, 한국은 기사마다 맨끝에 연재기사 목록이 정리돼 있어서 보기가 편했다. 반면, 한겨레는 관련기사 몇 개만 보여주더라.
이준형 그동안 주로 네이버를 통해 한겨레 기사를 봐왔다. 이번에 보니 전반적으로 유엑스(UX, 사용자 경험)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아침에 올라오는 ‘권태호의 뉴스뷰리핑’을 잘 보고 있는데, 요즘 뉴스레터 형식으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다. 이런 콘텐츠의 경우 보통 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것은 안 본다. 경쟁이 치열하고 서비스 간의 대체성이 높다는 거다.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내주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 ‘오직 한겨레에서만’ 콘텐츠도 홍보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끝으로, ‘겨리’ 캐릭터를 마케팅에 잘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예진 주변 친구 10여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해지고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하더라. 페이지 최상단에 이전처럼 이슈 메뉴가 배치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쉬운 점으로는 모바일의 광고 크기가 좀 크고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많이 꼽았다. 지금부터는 내 의견이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긴 호흡의 기획연재 기사들을 따로 모아 놓은 코너가 있으면 좋겠다. ‘뉴스뷰리핑’을 인스타그램에 유통하면 젊은 독자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좋은 문장에 매료되는 특성이 있다. 기사 본문의 인상 깊은 한 구절을 카드뉴스 등의 형태로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홍연지 한겨레 누리집에서 기사를 읽다가 길을 잃은 경험이 많이 있다. 예컨대, ‘오직 한겨레에서만’을 누르고 들어가 ‘쩐화위복’ 기사를 몇개 읽은 다음 ‘오직 한겨레에서만’의 다른 콘텐츠도 보고 싶을 때 기사 페이지에서 그 콘텐츠 목록으로 바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기사 맨끝에 ‘오직 한겨레에서만’ 콘텐츠 목록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버튼이 있으면 편할 것 같다. 디지털 시대지만 신문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선별되고 정돈된 기사들을 보는 편안함 같은 거. 종이신문의 물성을 간직한 서비스가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갈 방법은 없을까 상상을 해본다. 종이책의 느낌을 살린 전자책이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종이신문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물론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심창식 한겨레가 ‘혁신 3.0’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났다. 혁신 3.0의 마지막 단계가 지금 한발짝 내디딘 ‘로그인월’과 ‘콘텐츠 유료화’다. 내부 조직 개편하고 디지털 기반 조성하는 데 10년이 걸린 거다. 콘텐츠 유료화까지 가는 데 또 10년이 걸릴 수 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가기 바란다. 디자인이나 검색 등 유엑스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콘텐츠 혁신이다. 로그인을 해서라도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웹 카테고리에도 ‘정치·경제·사회…’ 이런 거 말고 한겨레가 강점을 가진 콘텐츠를 앞세워야 한다. 누리집에 ‘한겨레 서포터즈 벗’ 전용 콘텐츠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김우경 심 위원께서 말씀하신 대로 결국 독보적인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일간지의 온라인 기사들이 연합뉴스와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작년에 뉴닉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처음 써봤는데, 젊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잘 만드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기존 언론사의 기사는 너무 불친절하다. 뉴스 콘텐츠가 유튜브나 넷플릭스 콘텐츠와 경쟁하는 시대다. 1020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형식의 콘텐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보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한겨레가 최근 웹 개편을 했는데, 너무 홍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면과 온라인, 한겨레티브이가 시너지를 만들어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방준성 과거에는 단어 중심으로 검색을 했지만, 요즘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문장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그러면 검색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검색 결과가 나온다. 기사 몇개를 묶어서 요약하는 기술도 있다. 이런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검색 통계 정보, 그러니까 검색어의 빈도뿐만 아니라 단어들 간의 관계 등을 보여주는 정보도 보여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정임 신문을 읽다 좋은 기사가 있으면 시리즈명 등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웹 검색으로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한겨레에서는 그게 무척 어렵다. 최근 ‘가족 파산’, ‘AI의 습격, 인간의 반격’ 기획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즈 제목을 넣어서 검색하면 기사들이 죽 뜨는 것이 독자들이 기대하는 검색 기능 아닐까. 시급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첫 화면에서 검색 버튼인 돋보기 모양을 메뉴 펼쳐보기 버튼과 합쳐 놓으니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헤매기 쉬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들은 바꾸지 않는 게 좋겠다. 공들인 기획연재의 경우, 개별 기사 하단에 연재기사 목록을 다 붙여주는 것이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공덕 포차’ 등 한겨레티브이 간판 콘텐츠들이 대부분 정치 얘기다. 논썰은 너무 무겁고 진지하다. 이래서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젊은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을 젊은 기자들이 쉽게 풀어주는 형식의 콘텐츠를 더 늘렸으면 한다.
박현철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에 100% 동의한다. 저도 콘텐츠 생산 부서에 그런 요청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웹을 개편한 지 2달 정도 지나 지금 내부적으로 반응을 들어보고 있는데 오늘 위원님들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다. 열린편집위원회의 지적이 보완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나온 의견들 하나씩 하나씩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AI의 습격, 인간의 반격’ 시리즈는 시의적절하고 좋은 기획이었다. 그런데 한국 상황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텐데, 기회가 된다면 ‘시즌 2’를 준비해줬으면 좋겠다. (김종진 위원)
• 역술인 천공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데, 어떤 언론도 취재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사명감을 갖고 천공 의혹에 대해 취재해달라. (심창식 위원)
• 최근 의사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처럼 갈등적인 사안에 대해선 양쪽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여주면 좋겠다. (방준성 위원)
• 최근 총선 공천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세대 관련 각 정당의 정책을 잘 준비해서 다뤄달라. (이예진 위원)
• ‘쿠팡 블랙리스트’ 관련 후속 보도가 끊겨 아쉬웠다. ‘아젠다 키핑’ 차원에서 관심 가져달라. (이준형 위원)
•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한겨레가 잘 짚어주고 있다. (김우경 위원)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6개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미투 6년’ 등 잊거나 놓치기 쉬운 이슈를 환기시켜주는 기획들이 있어서 좋았다. (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2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8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AI의 습격, 인간의 반격’ 기획이었다.
1. AI의 습격, 인간의 반격
경제산업부 임지선 박지영 기자
한줄평: “기술발전 속 일자리 위험과 자본의 권력화” “인공지능 개발 동향과 부작용을 생생한 현장취재로 전달”
2. ‘가족 파산’ 기획
탐사팀 박준용 김지은 이재훈 기자
한줄평: “가계부채와 개인파산의 구조와 맥락을 실사례 중심으로 조명”
3. 우크라인 5명이 전한 전쟁 2년
국제부 노지원 기자
한줄평: “전쟁 2년, 한동안 잊고 지낸 우크라이나 시민의 삶”
4. 전공의 없다고 병원 마비…의료체계 바닥 드러난 1주일
사회정책부 천호성 김윤주 기자
한줄평: “의료계-정부의 대결 구도를 넘어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잘 지적”
5. 법의 저울 위, 미투 6년
사회부 정환봉 이지혜 오연서 기자
한줄평: “미투의 성과와 한계를 판결 등 법의 관점에서 정리한 의미 있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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