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강국' 에스토니아 국민 절반이 전자투표 …"작은 선거부터 활용"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3.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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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흐켈 솔바크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교수는 한국에서 향후 전자투표제 전면 도입이 가능할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종이투표와 전자투표를 병행하고, 지방선거 등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에스토니아 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총선 때 전자투표 방식을 택한 유권자 중 해외 거주자 비율은 2% 미만이었으나, 2023년에는 그 비율이 7.8%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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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성대 미래정책硏 토론회
에스토니아도 도입 초엔 불신
종이·전자투표 함께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유권자 신뢰 얻어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주최한 '블록체인 투표와 선거 신뢰성·투명성' 토론회에서 권예소라 성균관대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원택 서울대 교수, 권 교수, 양준석 성균관대 조교수. 이충우 기자

미흐켈 솔바크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교수는 한국에서 향후 전자투표제 전면 도입이 가능할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종이투표와 전자투표를 병행하고, 지방선거 등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솔바크 교수는 지난달 29일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과 매일경제가 주최한 '블록체인 투표와 선거 신뢰성·투명성' 라운드테이블에 영상으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발트해 연안의 '디지털 강국' 에스토니아는 2005년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19년간 총 13번의 전국 단위 전자투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솔바크 교수는 "전자투표 시행 초기엔 에스토니아에서도 불신 여론이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줄고 '매우 신뢰한다'는 사람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긍정적 변화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에스토니아 정부의 엄격한 선거 관리와 함께 철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스토니아 역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엔 종이투표와 전자투표를 병행했으며, 일부 지방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산시켰다"며 한국도 이 같은 단계적 적용 방안을 찾아볼 것을 권유했다. 에스토니아에선 2005년 지방선거 때 전자투표를 선택한 유권자 비율이 1.9%에 불과했으나 작년 총선 때는 51.1%까지 확대됐다. 특히 일각의 우려와 달리 고령층, 해외 거주자 등 선거 취약층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전자투표 방식을 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에스토니아 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총선 때 전자투표 방식을 택한 유권자 중 해외 거주자 비율은 2% 미만이었으나, 2023년에는 그 비율이 7.8%까지 상승했다. 미국도 주(州) 단위에서 전자투표가 확산 중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관제센터가 위치한 텍사스주에선 2020년 대선 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미국인 우주비행사들에게 전자투표를 적용해 관심을 모았다. 유타주에서는 2016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선정 때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전자투표가 진행됐다.

2014년 등장한 스페인 대안정당 '포데모스'는 '아고라 보팅'이란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으로 당 집행부를 선출한다. 2016년 창당한 호주 정당 '플럭스'도 블록체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모든 당원이 정책마다 한 표를 행사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양준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에 취약한 세대가 얼마나 신뢰할지 미지수"라며 "기술에 대한 불신은 또 다른 선거 조작 논란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먼저 신뢰를 퍼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는 "디지털 선거제하에선 비율 투표도 가능할 수 있다"며 "지금은 여러 후보 중 무조건 한 후보에 대해 100% 지지만 할 수 있는데, 디지털 공간에선 이 사람에게 내 표의 40%, 다른 사람에게 60%를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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