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형처럼 들이받는다"…19살인데 클로저 0순위, 국대포수도 반했다

김민경 기자 2024. 3.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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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올 시즌 유력한 마무리투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후배 김택연을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인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에 비교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후쿠오카(일본), 김민경 기자] "19살 같지 않아요. 그냥 자기 공을 (오)승환이 형처럼 들이받는 게."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37)가 신인 투수 김택연(19)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은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연습 경기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면서 15구, 무피안타 1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두산은 2-5로 졌지만, 김택연의 호투는 박수받기 충분했다.

김택연은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 등판했다. 좌완 이병헌이 2사 후 야나기타 유키에게 2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를 내주고, 곤도 겐스케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위기를 막을 투수로 신인 김택연을 선택했다. 마무리투수 후보인 김택연의 위기 상황 대응 능력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택연은 5회부터 이병헌과 함께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고, 어느 상황이든 4번타자 야마카와 호타카 타석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대기하고 있었다.

김택연은 위기 상황에서 첫 타자 야마카와와 마주했다. 야마카와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한 강타자로,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의 전승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택연은 야마카와를 단 공 2개로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으면서 깔끔하게 위기를 넘겼다.

김택연은 5회말에도 등판해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왜 신인왕 유력 후보인지 한번 더 증명했다.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구리하라 료야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이마미야는 3루수 땅볼, 이노우에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투구를 마쳤다.

김택연은 경기 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과정이라 생각하고 맞더라도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신 거니까.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막으려고 열심히 던졌다. (장)승현 선배님이 (야마카와의 타구를) 잘 잡아주셔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위기 상황에 올라갔으니까. 상대 타자는 생각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니 형들이 (야마카와가) 홈런왕 출신이라고 말해주니, 그런 타자를 상대로 중요한 상황에 막아서 영광이었다. 4번타자니까 조금 더 코너워크에 집중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포수 양의지는 김택연을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비교했다. 오승환은 KBO 통산 400세이브를 자랑하는 마무리투수로 전성기 때는 시속 150㎞를 웃도는 돌직구를 던져 타자들을 울렸다.

▲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 양의지는 3일 소프트뱅크전에서 2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으로 활약했다. ⓒ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이날 3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2타석만 뛰고 바로 교체되는 바람에 김택연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지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김택연의 공을 유심히 지켜봤다.

양의지는 "(김택연은) 19살 같지 않고 그냥 자기 공을 승환이 형처럼 들이받는다. 그냥 막 들어가니까 최근 본 신인 중에 최고의 투수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감독님이 (김)택연이가 지금 거의 마무리투수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말들이 많이 있어서 (고민인 것 같은데), 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한다. 신인이지만, 잘하는 사람이 마무리투수를 하는 것이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택연은 대선배 양의지의 칭찬에 "극찬이다. 양의지 선배가 그렇게(오승환과 비교) 말씀해 주신 자체가 영광이다. 오승환 선배와 국가대표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 말씀 자체만으로 과분하고 감사하다. 오승환 선배라는 한국의 레전드와 비교되는 자체만으로 영광스럽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투구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건 김택연 공의 회전수였다. 일본 현지 중계에서는 회전수도 같이 표기해줬는데, 김택연의 공은 꾸준히 2450~2550RPM 사이로 형성됐다. 이날 두산 타선을 상대로 모두 삼진 15개를 잡은 소프트뱅크 투수진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치였다. 소프트뱅크 필승조급 투수들이 회전수 2500RPM을 넘겼다.

김택연은 "어릴 때부터 공을 채는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은 채는 것보다 눌러서 던진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눌러 던지면서 깔려가는 공들이 회전수도 잘 나오고 나한테도 잘 맞는다. 어릴 때 그런 연습을 많이 한 게 커서 효과적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연 스스로는 그동안 많이 점검해 보지 못한 변화구를 던져 만족스러웠다. 그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몸 풀 때는 스플리터 위주로 던졌는데, 커브는 (장)승현 선배가 좋다고 하셨다. 슬라이더도 일부러 연속 3개 던져 볼이 됐는데 연속 4개 던진 게 의미가 있었다. (장승현이) 2스트라이크 이후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 던지면 타이밍 안 맞는다고 하셔서 스트라이크 던지라고 했는데, 얻어가는 게 있어 좋은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 김택연 ⓒ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전체 1순위인 한화 이글스 좌완 황준서(19)와 신인왕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김택연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9월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에서 5연투를 하면서 247구를 던진 여파로 1월 중순까지 공을 아예 잡지 않았다. 5개월 정도 투구 공백이 생겼고, 실제로 스프링캠프 첫 불펜까지는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그러나 실전 모드에 돌입한 김택연은 연일 두산 관계자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하고 있다.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구단 내부 곳곳에서 들린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빼어난 제구력이 가장 큰 장점. 한 관계자는 "아무리 배짱이 좋다고 해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질 수가 없다. 기술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돼야 마운드에서 긴장을 해도 자기 공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택연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투수"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야구인의 눈에도 김택연은 특별해 보였다. 김택연은 지난달 27일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구장에서 세이부 라이온스와 경기 4-4로 맞선 9회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유격수 포구 실책과 안타 허용으로 1사 1, 3루 끝내기 위에 몰렸지만, 김택연은 오히려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전력으로 던지면서 삼진 2개를 추가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본 도요다 기요시 세이부 투수코치가 김택연의 투구에 깜짝 놀라 고토 고지 두산 작전코치에게 연락을 취한 것.

기요시 코치는 이 경기 뒤 고토 코치에게 연락해 "마지막으로 나온 투수(김태연)가 좋더라.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치고 들어오는 힘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지금까지 미야자키 구춘대회와 이날 소프트뱅크전까지 일본 팀들과 4차례 경기를 치렀다. 김택연은 아직 KBO 다른 구단 타자들과 상대한 적은 없지만, KBO리그보다 한 단계 위로 평가받는 NPB 타자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더더욱 높이고 있다.

김택연은 "일본 타자들이 확실히 삼진을 잘 안 당하고, 변화구 대처 능력이나 2스트라이크 이후 정타 치는 것을 보니까 프로라는 게 실감이 난다. 선구안도 확실히 다르다. 한국 타자들이 조금 더 궁금해진다. 하루빨리 시범경기나 개막하고 경기 나가서 맞아도 보면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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