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K푸드의 미래, 치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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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하지만 꽃샘추위가 오히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이를 건강식이나 맞춤형 기능식으로까지 발전시키면 훌륭한 치유음식이 된다.
치유음식을 한식의 간판으로 만들면 어떨까.
K푸드의 미래를 위해 전국 곳곳을 치유음식의 성지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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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하지만 꽃샘추위가 오히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불현듯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재작년 이맘때 울릉도에서 먹었던 엉겅퀴 해장국이다. 육지에선 경험한 적 없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울릉도에선 나물이 봄의 전령이다.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위로 뚫고 올라오는 전호를 시작으로 명이, 부지깽이나물, 엉겅퀴, 참고비 등이 차례로 봄을 지핀다. 아마 울릉도를 또 가게 된다면 그건 성인봉을 다시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갖 나물로 빚은 음식을 다시 먹고 싶어서일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은 우리의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도 좋지만 최후의 승자는 미각이다. 아무리 볼거리가 많아도 먹거리가 별로면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관광은 사진 하나로 평생을 가지만 음식이 좋은 여행지는 매년 또 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최근 들어 일본을 찾는 젊은 층이 급증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좋은 식재료의 맛난 음식을 한국보다 가성비 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한 해 몇 차례씩 계절마다 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때마침 K푸드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부터 불고기, 갈비찜, 김치찌개, 김밥 같은 한식 그리고 라면과 김, 만두 같은 가공식품까지 외국인들이 K푸드를 찾는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주력 수출 품목이 주춤하는 사이 농식품은 지난해 121억달러를 수출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만 한식당이 어느새 200여 개까지 늘었다고 한다. 인기 있는 한식당 앞에 줄 서 기다리는 외국인 사진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내 여행지에서 가장 큰 불만은 먹거리에서 나온다.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여행지 불만 1순위가 음식이다. 얼마 전 지방 한 곳에 대규모 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좋은 시설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다만 먹거리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센터 안은 물론이고 그 인근에서도 힐링한 몸에게 선물할 만한 좋은 음식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방소멸을 막을 유력한 대안으로 요즘 치유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각종 법을 만들어 치유농업, 산림치유, 해양치유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농어촌 인구만을 늘리자고 해봐야 소용없으니 차라리 치유산업을 잘 키워 농산어촌을 자발적으로 찾는 도시민을 늘리는 것이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방안일 수 있다. 생활인구니 관계인구니 하는 개념이 부상하는 배경이다.
다만 지금 정책을 보면 치유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치유음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엔 채소와 나물, 발효음식 등 건강 식재료가 가득하다. 여기에 한우와 전복 같은 고급 식재료까지 더하면 한식은 최고의 미식(美食)이 될 수 있다. 이를 건강식이나 맞춤형 기능식으로까지 발전시키면 훌륭한 치유음식이 된다. 치유음식을 한식의 간판으로 만들면 어떨까. 지방소멸을 막을 지원군이 될 수 있을뿐더러 해외 여행객들에게 K푸드의 정수를 맛보여 줄 수 있다. K푸드의 미래를 위해 전국 곳곳을 치유음식의 성지로 만들어보자.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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