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살 에베레스트 등반대원 “우리의 ‘신’을 더럽히면 안 된다”

정인선 기자 2024. 3. 3. 16: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칸차는 2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의 자택에서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요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는 항상 커다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면서 "등반객 수를 줄이는 게 에베레스트를 위해 좋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첫 등반대 중 유일한 생존자
칸차 셰르파, AP통신과 인터뷰
1953년 5월 에베레스트 등반 당시 칸차 셰르파(빨간 동그라미)를 비롯한 등반대원들의 모습. 칸차 셰르파 재단 공식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처음으로 오른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있는 유일한 생존자인 칸차 셰르파(91)가 “에베레스트산이 지나치게 붐비고 더럽혀졌다”면서 “사람들이 산을 더욱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칸차는 2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의 자택에서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요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는 항상 커다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면서 “등반객 수를 줄이는 게 에베레스트를 위해 좋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91살이 된 칸차 셰르파는 지난 1953년 5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정상(해발 8849m)에 최초로 오른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그의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한 35명의 등반대원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 이들은 모두 앞서 세상을 떠났다.

1953년 5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른 35명 가운데 한 명인 칸차 셰르파가 지난 2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의 자택에서 에이피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에이피는 힐러리와 텐징의 첫 등반 이후 수천 차례의 에베레스트 등반이 이뤄졌고, 에베레스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붐비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667명의 등반객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고, 이들을 지원하려 산 아래 베이스캠프에 모인 인력도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에베레스트에 수개월간 머무는 사람들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네팔 정부 당국은 등반가들에게 발급하는 허가증의 수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알려졌다. 에이피는 “등반객들이 쓰레기, 장비 등 산에 가져온 모든 것을 되가져가지 않으면 (출입 허가를 발급받을 때 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규칙이 있지만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칸차 셰르파(오른쪽)가 지난 2일 네팔 카트만두의 자택에서 에이피통신과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아들 체링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칸차는 “에베레스트는 지금 매우 더럽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은 뒤 깡통과 포장지를 버린다. 그걸 누가 주울 것인가?”라며 “몇몇 등반객들은 쓰레기를 크레바스 사이에 던져두기도 하는데, 이는 그때 잠깐은 안 보이더라도 결국 눈이 녹으면서 베이스캠프까지 흘러내려 오게 된다”고 비판했다.

에베레스트의 원래 이름은 티베트어로 ‘대지의 신’을 뜻하는 초모랑마였다. 칸차는 “에베레스트는 우리의 가장 큰 신이고, 사람들은 신을 더럽혀선 안 된다”면서 “초모랑마는 셰르파들에게 가장 큰 산인데, 사람들은 산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고기를 먹은 뒤 그것들을 버리고 온다”고 말했다.

네팔의 에베레스트산 아래 베이스캠프에 지난 2017년 4월 등반객 및 지원인력들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EPA 연합뉴스

에베레스트를 찾은 사람들이 남긴 배설물도 논란거리가 됐다.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들은 지난달 초 에베레스트 대부분 지역을 관할하는 네팔 파상라무 자치단체가 에베레스트산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인 로체산에 오르는 모든 이들이 배변봉투를 소지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스캠프에 돌아와서도 ‘똥 봉투’를 확인받아야 한다.

에베레스트를 찾는 등반객들은 평균 2주 가량 산에 머문다고 알려져 있다.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땅을 파서 임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반면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눈이 높게 쌓이거나 땅이 굳어 있어 땅을 파지 않고 생리현상을 해결한다고 한다. 외신들은 에베레스트산의 1번 베이스캠프와 정상 직전인 4번 베이스캠프 사이에 무려 3t에 가까운 사람 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밍마 셰르파 파상라무 자치단체 회장은 “바위에 사람 똥이 보이고 일부 등반객들이 병에 걸린다는 불만이 접수됐다”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해발 8849m)의 1996년 모습. AP 연합뉴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