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절대권력 `이재명당`과 통진당의 부활

박양수 2024. 3. 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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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가을 지난 지가 한참인데, 서울 여의도 바닥에 금배지가 가을 낙엽처럼 나뒹굴고 있다. 4월 총선에 '금배지 단꿈'을 꾸던 현역 의원들이 공천 서릿발에 추풍낙엽, 아니 '춘풍낙엽'(春風落葉) 신세가 된 것이다. 공천 학살에 현역 의원들이 쓰러지는 건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일부 의원이 지역구인 양지를 떠나 험지 재배치를 요구하거나, 자진해서 불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 마디로 비명의 도가니다. '비명(비이재명계) 횡사', '친명(친이재명) 횡재'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다. '명문정당이 아니라 멸문정당'이란 말도 나온다. 김영주 국회부의장, 박용진 의원 등 비명계가 사실상 공천배제 대상인 '하위 10~20% 평가'를 받았다. 반발한 김 부의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했다. 이상민·설훈·조응천·김종민·이수진·박여순 의원이 줄줄이 민주당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기에 탈당한 설훈 의원을 비롯해 컷오프된 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뭉쳐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혼란의 연속이다.

민주당 '공천학살'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총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노림수는 뭘까. 멀게는 차기 대선의 포석, 가깝게는 사법리스크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방탄당이 필요해서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당내 세력을 홍위병이 돼줄 '찐명'으로 줄 세우고, 차기 대권가도를 위협할 잠재적 대권·당권주자의 싹을 아예 원천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또다른 해석도 있다. 민주당 주도 범야권 위성정당에 어른거리는 '종북 좌파세력 부활'의 그림자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진보당에 비례대표 3석을 약속하고, 울산 북구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을 재보궐선거에서 선출된 강성희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 진보당은 최소 5석을 확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진보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는 구조다. 진보당의 전신은 '이석기 RO(혁명조직)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된 통합진보당이다. 총선을 계기로 종북 주사파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성남시장 후보 시절의 이재명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의 오랜 관계도 새삼 회자된다. 실제로 이원욱 의원은 최근 "경기동부연합 등 이념세력이 이재명이란 정치인을 숙주로 성남시, 경기도를 지나 이젠 국회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민이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걱정을 다시 해야 될 상황이 오리라곤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살기 위해 통진당의 종북 위헌정당 세력인 통진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민주당을 통진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구도 역시 지난 2010년 성남에서 있었던 지방선거를 묘하게 닮았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와 통진당 전신 민주노동당의 김미희 후보는 여당에 맞서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이 후보를 적극 지원했고,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에는 김미희씨가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의 두 후보간 연대를 두고 "경기동부연합이 이재명 후보를 징검다리로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위성정당과 진보당의 부활 예고는 동전의 양면이다. 여기에는 총선 승패를 넘어 차기 대선 구도를 그리는 이 대표의 노림수도 숨어있다. 이런 연결 고리를 놓치면, 자충수처럼 보이는 작금의 해괴한 민주당 '공천 학살'의 진면모를 알아채기 힘들다. 공천 탈락자들로선 이런 현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구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국민을 사회주의의 '단 맛'으로 길들여놨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과 국가정보원의 무장 해제를 통해 대북 경계심과 사회기강을 망가뜨렸다. 건전한 노동보다 공짜 심리가 팽배하고, 마약에 찌든 20~30대가 거리를 배회하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 사회주의의 씨앗을 뿌릴 토대가 여물었다. 그 밭에 어떤 씨앗이 뿌려질지가 걱정되는 22대 총선이다.디지털콘텐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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