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입’ 스웨덴에도 ‘반지하’ 확산할까···벙커 집으로 눈 돌리는 시민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확정된 스웨덴에서 전시에 대피할 수 있는 ‘벙커 딸린 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00년 넘도록 중립국으로 남아 전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상군 파병 여부 등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유럽 간 대립 구도가 심화하면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전쟁에 대비해 스웨덴 시민들이 지하 공간이 있는 집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스웨덴 부동산 중개인은 “최근 몇 달 동안 지하에 벙커나 대피소가 있는 부동산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핵무기 공격에도 방어할 수 있는 대피소를 지어주겠다며 마케팅에 나선 주택 시공업체들도 최근 생겼다.
가디언은 스웨덴 남동부 스몰란드 지역에 있는 한 건물 별채 지하 공간이 ‘전시 대비 장소’로 쓰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별채는 냉전 시기인 1970년 민방위 지휘소로 만들어졌다가 민간 소유로 넘겨졌다. 490㎡ 넓이의 이 벙커에는 주방, 바, 침실, 환기 시설이 있다. 1.25m 두께의 콘크리트 지붕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이 이 방을 보호해 500kg 규모의 공중 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는 냉전 기간 벙커가 있는 집이 하나둘 만들어졌다가 냉전 분위기가 사라진 2000년대부터는 이런 집이 점차 사라졌다. 대신 대형 건물이나 관공서에 ‘공공 대피소’가 마련됐다. 현재 스웨덴에는 6만4000여 곳의 공공 대피소에서 약 7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시민들에게 “스웨덴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스웨덴 정부는 공공 대피소 관리에 이전보다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공공 대피소 관련 예산을 1억크로나(약 129억4600만원)로 편성하고, 대피소 점검 횟수를 늘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그간 형식적으로만 존재한 데다 인구가 점점 증가해 공공 대피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스웨덴 인구는 1055만5448만명에 이른다.
개인형 지하 벙커의 성능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래전 만들어진 데다 안전점검 없이 방치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부 산하 ‘사회적 보호 준비 위원회’(MSB)의 대피소 관리 부서 직원 관계자는 “개인 보호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MSB의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와 유럽국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립국을 유지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불씨를 지폈다. 파병론이 확산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보내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맞섰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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