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삼창 없는 고난의 개막전 승리···2부로 떨어져도 수원 서포터스는 최고였다.

수원 서포터스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승리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선수단을 바라보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응원전을 펼치는 수원 서포터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월드컵경기장 북쪽 1층 좌석은 수원 서포터스로 가득 찼다. 좌석 3000석을 훨씬 넘는 규모였다. 통로, 계단에 서서 응원하는 팬들도 다수. 어림잡아 총 4000명은 돼 보였다.

3일은 수원 삼성이 2024시즌 프로축구 2부리그 첫 경기를 치른 날이었다. ‘명가’ 수원이 2부로 추락했지만 서포터스 열정은 1부 시절 못지않게 뜨거웠다. 막판 기승을 부린 꽃샘추위도 수원 서포터스의 열정 앞에서는 꼬리를 내렸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우리가 원하는 건 (승리!). 아산의 숨통을 조여라 (조여조여!). 영원한 승리의 푸른 날개. 수원의 하늘을 덮는다.”

수원 삼성 뮬리치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충남 아산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은 충남 아산을 상대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건 아무래도 수원이었다. 수원 염기훈 감독은 “이기려면 공격뿐”이라며 “대승을 거둬 팬들의 걱정을 기대로 바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은 거세게 충남을 몰아쳤고 서포터스는 “우리에겐 승리뿐이다”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수원은 전반 21분 선취골을 넣었다. 이상민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뮬리치의 킥이 골문을 갈랐다. 서포터스는 응원가를 불러제꼈고 벤치 선수들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쁨을 함께했다. 수원은 전반 인저리 타임 추가골을 넣었다. 뮬리치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찬 프리킥이 골문으로 쏘옥 들어갔다. 직전 수원 조윤성이 퇴장당해 숫적으로 10대11로 열세에서 나온 값진 추가골이었다.

후반 수원은 수비에 치중했다. 실점 위기가 득점 찬스보다 많았다. 후반 23분에는 실점도 했다. 일진일퇴 공방 속에서 북쪽 관중석은 여전히 요란했다. 수원 서포터스 손과 발, 입, 몸은 쉴 줄 몰랐다. “힘을 내라. 수원” “우리 수원” “너를 사랑해”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수원 삼성 김상준(왼쪽)과 충남 아산 주닝요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경기에서 볼을 경쟁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서포터스는 1인당 1만5000원씩 입장료를 냈다. 4000명만 잡아도 입장료는 6000만원. 그리고 목이 터져라 뜨겁게 응원도 했다. 이날 총 관중은 1만4196명. 지난해 1부리그 시절 홈 개막전 관중(1만348)보다 훨씬 많았다.

육탄수비가 이어지는 와중에 드디어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 명이 퇴장당한 와중에 거둔 빡빡한 2-1 승리.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서포터스가 마지막에 택한 것은 ‘흥분’이 아닌 ‘절제’였다. 지난해까지 이길 때마다 한 게 서포터스와 선수단의 만세삼창. 이날 만세삼창은 없었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서포터스는 구단에 보낸 공문에서 올해 만세삼창은 유보한다고 전했다.

수원 삼성 조윤성(가운데)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충남 아산과 경기에서 퇴장당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서포터스가 만세삼창을 부르는 날이 언제일까. 승격을 확정한 후일 것이다.

수원 서포터스석에 붙는 플래카드 중 하나는 “다시 위대한 수원”이었다. 명가 재건을 향해 어렵게 첫발을 떼었을 뿐. 앞으로 무려 35경기나 남았다. 염기훈 감독은 “지지 않고 우승해 올해 바로 1부로 승격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서포터스의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에 선수단과 모기업이 간절함과 진정성으로 화답하는 일만 남았다.

수원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