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주리·미시간·아이다호 공화 경선 ‘싹쓸이’···바이든 부정 여론 역대 최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주리와 미시간, 아이다호주 공화당 경선을 모두 싹쓸이하며 파죽지세의 승리를 이어갔다. 그는 오는 5일 미 전역 15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경선 레이스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고 본선 대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매치가 확실해 보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부정 여론은 임기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주리와 미시간, 아이다호주에서 개최된 공화당 코커스(당원 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상대로 모두 압승을 거뒀다. 그는 이날 하루에만 122명의 대의원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전보다 총대의원 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와 미주리에서 압승을 거뒀다. 거의 미친 결과”라며 “11월5일 대선은 중요한 날이다. 나라를 망친 ‘덜떨어지고 졸린’ 조 바이든에게 해고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따라 압승을 거두면서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당내 사퇴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단 한 명의 대의원도 추가로 확보하지 못했다. 그는 향후 거취에 여지를 남기면서도 슈퍼 화요일까지는 레이스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슈퍼 화요일은 공화당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약 35%가 걸려 있는 날로, 미 대선의 1차 분수령으로 꼽힌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지만,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부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밀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3%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뒤지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권자들 중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비율이 47%에 달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유권자 4명 중 1명만이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63%는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 중 10%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미국 유권자들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조사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최근 블룸버그 여론조사에서도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중요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여성, 흑인, 라틴계, 노동 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분열이 나타나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약해지고 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임에도 지지층을 훨씬 더 규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등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에 관해 기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실망과 분노가 표출되고 있으며 표심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미시간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아랍계 유권자들은 ‘지지 없음’ 찍기 운동을 펼쳤고, 그 결과 실제로 ‘지지 없음’ 표가 약 13%를 기록됐다.
바이든 대통령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들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지는 않겠지만, 투표를 하지 않거나 제3자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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