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우 옷벗는 영상 10만원에 넘겨요”···공연장 물흐리는 빌런들 못막는다고?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3. 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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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타 조승우 무대
배우 수영 옷 벗는 모습 등
8천원~10만원대 불법 판매
열성 팬들 ‘시체관극’ 강요도
일반 관객들 극장 관람 막아
지난 1월 ‘밀캠’ 사건이 일어난 연극 ‘와이프’에서 데이지 역을 연기한 배우 최수영(오른쪽). [사진 제공=글림컴퍼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월 3일 대구 공연. 김주택·송은혜·황건하·한보라 출연. 2층 중앙 블럭 뷰입니다. 조승우 영상과 교환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밀캠’(객석에서 공연을 몰래 촬영하는 것) 영상을 공유하는 게시글의 일부 내용이다. 일부 관객이 극장 관계자의 눈을 피해 공연을 찍고 이 자료가 팬들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공연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연극·뮤지컬 팬덤 문화가 최근 부정적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공연 관계자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밀캠’이다. ‘밀캠’은 공연 제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주변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에게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대형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와이프’에서는 아이돌 출신 배우 최수영이 일부 의상을 벗는 장면을 일부 관객이 대형 카메라로 노골적으로 촬영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원래 밀캠은 좋아하는 작품이나 배우의 실연 모습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행해졌지만 최근에는 돈을 받고 밀캠 자료를 판매하는 현상도 늘었다. 작품과 배우를 사랑하는 팬덤이 왜곡되며 불법 지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공연 관련 온라인 블로그와 오픈채팅방 등에는 밀캠 자료를 사고 파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격은 8000원에서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극장 관계자들이 밀캠 단속에 힘을 쓰고 있지만 완전히 막는 것은 어렵다. 촬영 방식과 장비가 고도화되고 있고, 발견을 해도 공연 도중 객석에 들어가 제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다. 극장 관계자 A씨는 “밀캠을 적발해 촬영 영상을 지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공연 중에는 다른 관객의 관람에 방해를 줄 수 있어서 (촬영을) 알아채도 제지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밀캠’족들은 적발이 돼도 함께 온 옆 사람에게 저장장치를 몰래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상을 빼돌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극장들이 몰려 있는 서울 대학로에는 촬영 장비를 보관해주는 사물함 업체들도 존재한다. 일반 관객들이 이들 사물함에 외투나 가방 등을 놓기도 하지만 ‘밀캠’족들은 이곳에 무거운 장비를 보관하며 촬영을 이어간다.

공연장 팬덤의 또다른 왜곡된 형태는 한국 특유의 현상으로 지적되는 ‘시체관극’이다. 시체관극은 시체처럼 일체의 움직임이나 소리 없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부 ‘연뮤덕’(연극·뮤지컬 열성 팬)들이 주변 관객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강요한 사례들이 주목받으며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주변 관객이 공연 중 소리 내 웃거나 박수를 치는 것 외에도 고개를 움직이거나 패딩 자켓이 쓸리는 소리를 내는 것 등에도 항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체관극’ 강요는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등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머글’(‘연뮤덕’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섞인 대형극장 공연보다는 상대적으로 ‘연뮤덕’ 관객들의 비율이 높은 소극장 공연들에서 정도가 심하다.

공연 관계자들은 ‘시체관극’ 문화의 근원으로 팬들의 ‘지분 의식’을 꼽는다. 좋아하는 작품과 배우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연뮤덕’들은 공연과 배우, 작품이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관람을 방해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같은 공연을 많게는 수십차례씩 반복해 보는 ‘회전문’ 관람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체관극’의 문제는 일반 대중을 공연에서 멀어지게 해 연극·뮤지컬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것에 있다.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뜻밖의 압박에 불편함을 느끼고 연극과 뮤지컬 관람을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배우 등 공연 관계자들 역시 ‘시체관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극단 관계자 B씨는 “관객의 반응이 있어야 배우들이 에너지를 받으며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시체관극’이 이뤄지면 배우 입장에서는 벽 앞에서 연기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이 퇴근하는 배우들을 기다렸다가 싸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퇴근길’ 또한 한국 공연 팬덤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팬들은 배우가 나가는 동선을 파악해 ‘퇴근길’을 하고 있다. 공연 업계 관계자 C씨는 “‘퇴근길’의 형태와 소요 시간은 배우마다 다르지만 공연보다 ‘퇴근길’에서 더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하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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