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가 너무 좋아서···이순철 위원의 ‘롯데 캠프’ 관찰기 하나[안승호의 PM 6:29]
프로야구 스프링캠프가 마무리되는 3월초. 일본 오키나와를 비롯한 주요 캠프지를 거친 각 구단의 움직임도 구체화되는 시점이다. 이즈음이면 기존 선수와 신인 선수 가릴 것 없이 새 시즌 주목할 만한 얼굴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난 2월 이후 오키나와 캠프를 취재해온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롯데 한동희가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이순철 위원은 지난 주중 전화 통화에서 오키나와 캠프에서 실전 모드로 기어를 올린 롯데를 화두로 꺼내자 한동희 얘기로 받았다.
이 위원은 “몸이 아주 가벼워 보인다. 체중을 많이 뺀 것이 시각적으로 바로 나타난다”며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에서 동작도 날렵해졌다”고 말했다.
‘수비’는 롯데의 전통적인 취약 부문이다. 새 시즌 롯데의 최대 변수로도 통한다. 롯데는 최근까지도 주요 수비 지표에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 3년 누적 수비효율(DER)에서 0.663으로 10개구단 최하위였다. DER은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비율이다. 같은 기간 수비효율 1위 LG(0.696)와 비교하면, 두 팀 사이 비슷한 타구의 결과 차이가 그만큼 컸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위원은 한동희뿐 아니라 롯데 야수들이 대부분이 준비를 잘해온 것으로 바라봤다. “전반적으로 수비가 나아지고 있다”며 큰 폭의 내야진 변화에 주목했다. 3루수 한동희가 수비에서부터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1루수로 나승엽이 나서며 유격수로는 노진혁이 준비한다. 2루수로 김민성 박승욱 고승민이 뛰고 있는데, 오선진이라는 내야 멀티 카드도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유격수 이학주도 있어 롯데 내야진은 수적으로는 어느 해보다 잘 준비돼 있다. 여기에 “캠프에서부터 내야수들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좋아 보인다”는 게 이 위원의 진단이다.
좌익수 김민석과 우익수 윤동희에 수비력 갖춘 중견수 빅터 레이예스가 가세한다. 롯데가 수비에서부터 반등할 수 있는 틈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런데 한동희로 시작한 이 위원의 롯데 얘기는 다시 한동희로 이어진다.
한동희가 오는 6월 상무 입대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오키나와 캠프를 단적으로 보자면 ‘한동희 무대’ 같기도 했다. 개막 이후에도 이런 추세라면 한동희를 상무로 보내는 일이 엄청나게 고민이 될 수도 있다”며 “팀에는 생각 이상의 전력 손실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동희는 지난 25일 지바 롯데와 연습경기에 이어 지난 27일 삼성과 연습경기에서도 홈런을 때리는 등 연일 가볍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3루수 한동희가 빠지면, 오선진 박승욱 등 대체 카드가 보인다. 그러나 이 위원은 이 대목에서 “수비도 수비지만, 한동희가 지금처럼 한다는 것을 전제로는 공수 모두에서 그의 공백을 메울 야수는 찾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에게도 큰 고민이 될 것이라는 게 ‘롯데 캠프’를 근거리서 본 이 위원의 생각이다. 롯데는 지금 한동희가 너무 잘 해서 놀라면서 또 한편으론 걱정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리틀 이대호’로 통했던 한동희에 대한 당초 기대치는 한화 4번타자로 자리잡은 노시환과 다를 게 없었다. 개막 이후 감탄의 시간이 이어진다면, 그게 또 복잡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하는 한탄의 시간이 올 수도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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