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탄산마저 뚝' 헐크로 돌아온 새신랑, 자기합리화도 멈췄다 "내 자신과 모두에게 믿음 주는 선수되고파" [타이난 현장]

타이난(대만)=김동윤 기자 2024. 3. 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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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타이난(대만)=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사진=김동윤 기자
새신랑 송성문(27·키움 히어로즈)이 결혼을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송성문은 2일 대만 타이난시 남구에 위치한 타이난시립야구장에서 열린 퉁이 라이온스와 연습경기에서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4번의 연습경기서 9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으로 부진했던 그는 호쾌한 적시타로 타격 컨디션을 조율했다.

봉천초(용산구리틀)-홍은중-장충고를 졸업한 송성문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됐다. 입단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통산 538경기 타율 0.256, 35홈런 260타점 219득점, 출루율 0.316 장타율 0.374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키움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2022년, 송성문은 커리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도 시즌 초반 부상을 자초하는 아쉬운 모습과 함께 104경기 타율 0.263,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83으로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했다.

경기 후 만난 송성문은 "아쉬웠던 시즌이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패는 단순히 좌절이 아닌 경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지난해를 돌아봤다.

송성문이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키움 1차 스프링캠프에서 근육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서 송성문의 달라진 몸매는 선수단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근육량을 잔뜩 늘린 그의 모습에 선수들은 헐크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송성문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생각보다 살이 많이 쪘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밀가루를 줄인 식단 조절을 했는데 나랑 되게 잘 맞았다. 스트레스도 안 받고 오히려 더 맛있고 깔끔한 음식이 나한테는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밀가루가 더 맛있겠지만, 스프링캠프 들어서 3~4번 정도밖에 먹지 않은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밀가루와 함께 탄산도 끊었다. 당이 들어있지 않다고 알려진 제로 탄산 음료조차 더는 마시지 않는다. 송성문은 "밀가루보단 당을 줄인 것이 더 큰 거 같다. 원래 탄산을 정말 좋아했다. 그동안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제로 탄산을 많이 먹었는데 이젠 아예 안 마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왕 할 것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평생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야구할 때만큼은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물론 더 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제 나도 프로 10년 차인데 어느덧 내가 할 날보다 해온 날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남은 선수 생활만큼은 결과가 안 나와서 야구를 못하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웨이트 트레이닝도 같이 열심히 하게 되면서 좋은 습관이 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송성문은 지난해 12월 장충고 2학년 시절 후배의 소개로 만난 한 살 연하의 조혜림 씨와 10년 열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송성문에 따르면 남편의 야구만큼은 똑부러지게 한마디 하는 똑순이다.

송성문-조혜림 커플.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해 결혼식을 2주 앞두고 키움 자선카페에서 만난 송성문은 스타뉴스에 "여자 친구(당시) MBTI가 F인데 나한테만 유독 T다. 내가 진짜 힘들 때는 많은 위로를 해주지만, 약한 소리를 할 때면 현실적인 말을 많이 해준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는 야구를 봐 왔다 보니 때로는 '그 공은 왜 친 거야?'라는 등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차츰 사라진다. 정말 고마운 친구"라고 말한 바 있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생긴 만큼 책임감이 부쩍 늘었다. 송성문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깊게 생각한 데에는 결혼의 영향도 있다. 책임감도 더 생기고 미래에 아내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야구에 내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도 이제 결혼도 했으니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기대하신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은 다시 한 번 3루 주전 굳히기에 도전한다. 이원석(38), 최주환(37) 등 베테랑 내야수들의 합류로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만, 올해는 송성문도 쉽게 물러나고 싶지 않다.

송성문은 "내 자신과 팬, 감독과 코치님들께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금은 내 자신한테도 의문부호가 있고, 팬들이나 감독님도 다 똑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야구를 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타이난(대만)=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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