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의새’ 그림 인증 릴레이 하는 의사들…여론은 ‘싸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일부 의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의새’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인증하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의사와 새를 합성한 그림을 에스엔에스에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을 이로 바꾸는 등의 방식이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의새’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의새’ 이미지를 담은 게시글 100여개가 검색된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그림들에는 청진기를 메거나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수술, 진료하는 새들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의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들리도록 발음해 논란이 된 표현이다. 브리핑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박 차관이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박 차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박 차관은 브리핑 다음날 “과로 때문에 실수를 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일부 의사들의 의새 그림 인증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기 위한 걸로 읽힌다.

팔로워 3400여명을 보유한 ‘젊은의사회’ 인스타그램 계정은 박 차관의 발언이 있었던 지난달 19일부터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의 모습을 표현한 의새 그림 수십장을 올리며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과 현재 사태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새가 경찰복을 입은 이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에는 “사람을 살리고 싶어 필수의료를 선택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실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결국 교도소로 잡혀가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새 여러 마리가 염전으로 보이는 곳에서 비를 맞으며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림에는 “2월 말까지 계약이 종료됐으나 업무개시명령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 필수의료 의새”라는 설명과 함께 ‘#노예, #인권탄압, #강제노역, #기본권침해’ 등 해시태그가 붙었다.
의새 인증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인스타그램 일부 이용자들은 “지금 ‘의새’(발언)가 중요하냐, 죽어가는 사람은 모르겠고 내 밥그릇이 줄어드니 짜증 난다는 게 중요하냐”, “‘의새’가 비하 발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별걸 다 (가지고 그런다)” 등 부정적인 댓글을 남겼다.

앞서 정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굿닥터’, ‘뉴하트’ 등 의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대사를 활용한 동영상으로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유튜브 ‘대한민국정부’ 공식 계정에는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세요 #we_need_U’라는 제목의 2분9초 분량 영상이 지난달 29일 올라왔다. ‘의사는 마지막 희망입니다’(굿닥터), ‘나는 의사다, 사람 살리는 의사’(뉴하트), ‘환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야. 그런 순간에 우리를 만나는 거야’(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드라마 속 대사를 이어붙이며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이 영상은 3일 오전 현재 56만회 넘게 재생됐다.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을 지난달 29일까지로 못 박았던 정부가 오는 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및 고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의협은 3일 오후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의협 쪽은 이날 집회에 2만여명이 참석할 걸로 예상했다.

한쪽에선 집단행동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전공의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인스타그램 계정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에는 본인을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라고 소개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세계의사회 수칙을 보면 파업은 환자의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한 다른 모든 방법이 실패했을 때의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전공의들은) 파업이라는 극약 처방 외의 대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해 병원의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상민 “오늘까지 복귀하는 전공의 최대한 선처”…4일부터 행정·사법 절차 돌입
- ‘이재명의 민주당’?…대통령도 정당의 주인은 아니었다
- ‘민주 탈당’ 김영주 부의장 “내일 국힘 입당”
- ‘입틀막’ 비튼 SNL…“풍자는 저희의 권리이기 때문에”
- ‘건국전쟁’ 감독이 싸움 걸어도…‘파묘’ 공포영화로 즐기길
- #노예 ‘의새’ 그림 인증 릴레이 하는 의사들…여론은 ‘싸늘’
- 이스라엘, 라파흐 난민캠프 공습…가자 주민 11명 사망
- “사랑해 푸바오”…마지막 인사하던 날 [만리재사진첩]
- 김포공항~여의도 5만4천원에 5분 도착…‘하늘택시’ 곧 뜬다 [현장]
- 김연아 이후 18년 만이다…15살 서민규, 주니어세계선수권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