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관광객 ‘K치킨’ 성지인데 솥밥정식이 더 맛있네? [푸디人]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교촌이 지난해 6월 야심 차게 ‘치마카세’를 선보였지만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초기엔 예약이 몰려 입장조차 힘들었지만 순식간에 혹평이 쏟아지면서 1개월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메뉴를 완전히 뜯어고치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3개월을 보냈다. 인테리어와 셰프도 바뀌고 음식에 공을 들이다보니 가격도 1인당 5만9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랐다. 그렇게 작년 10월 다시 선보인 치마카세는 현재 예약률이 70% 정도 된다고 한다.
일단 교촌치킨에서 공을 들인 매장답게 입장부터 남달랐다. 문이라기보다는 벽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거대한 붓이 달려있었다. 이 붓을 당겨야 문이 열리는데 ‘K치킨’을 찾아 온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이 통로에서 안내를 받아 들어가면 일반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홀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천장과 벽면은 모두 새까만 색이고 교촌 시작 연도인 1991년이 크게 쓰인 조명이 여느 치킨집과 차별화된 느낌을 자아냈다. 홀 중앙에는 거대한 붓이 물 위에 달려있는데 물 위로 연기가 나는 모습이 몽환적이었다.
주중 오후 5시 반쯤 찾았는데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는 듯했고 다른 테이블은 모두 외국인인 것 같았다.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을 위한 안내서에 교촌필방이 꽤 이름을 올렸나보다.
치마카세를 체험하는 공간은 홀의 안쪽 벽면에 숨겨져 있었다. 인테리어 컨셉은 묵암(嘿暗)이다. 고요할 ‘묵’과 어두울 ‘암’인데 고객이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좌석은 최대 6명까지 가능하며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셰프와 우리 팀만 같이 한다는 점이 프라이빗한 식사를 하고 싶은 팀에게는 매력적일 듯하다.
첫 요리는 ‘맞이 3종’으로 고기로 만든 반찬이라는 ‘육선’에서 따온 ‘계선’과 닭편육, 근위초무침이 한 입 거리로 나온다.
계선은 얇게 저민 토종닭 가슴살을 삼색채소에 말아 고소한 잣소스에 찍어 먹는다. 닭가슴살은 저온 조리해 부드러우며 잣소스가 고소함을 더해줬다.
닭편육은 닭발과 닭연골을 오랜 시간 끓이고 굳혀 만들었는데 마치 젤리 같은 쫀득한 식감이 특이했다. 약간의 ‘단짠’인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양이 적고 쉽게 목구멍으로 넘어가 맛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근위초무침은 저온 조리한 닭 근위(닭똥집)를 오이와 곁들여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고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다만 근위의 쫄깃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시각적으로 새싹 삼이 투명한 그릇 위에 있다보니 파릇한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나온 계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상큼한 맛을 잘 살린 요리였다.
큼지막한 닭 다리를 중심으로 숯불에 구운 목살, 노르스름한 가지소스와 백김치, 구운 마늘 등이 입체감 있게 펼쳐져 있다.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방울토마토 같은 적색을 한두 개 더 넣어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종닭은 일반 육계보다 육향이 강하고 감칠맛이 좋으며 근육 밀도가 오밀조밀해 식감이 단단하다고 한다. 교촌필방에서는 토종닭 14호를 쓰고 있는데, 일반 육계의 닭다리보다는 다소 길었다.
토종닭은 프랑스 요리 방식인 콩피(confit) 스타일로 조리됐다. 콩피는 기름에 조리한 고기를 그 기름에 담가 보존하는 조리법이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긴 겨울 동안 가족을 먹이기 위해 오리 등 고기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기가 완전히 푹 잠길 정도의 기름에 고기를 넣고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 후, 다시 그 기름에 담가 굳혀 수개월 숙성 보관하고, 꺼내서 먹기 전에 다시 조리한다. 기름에 담가 조리해 느끼할 것 같지만 저온에서 조리하기 때문에 기름을 흡수하지 않고 오히려 고기 자체 지방을 녹여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해준다.
교촌필방에서는 허브 오일에서 2시간 조리해 숯불에 구워주는데 느끼한 맛은 전혀 없이 오히려 담백했다. 목살은 따듯할 때 소금에 찍어 먹으니 쫄깃했다.
토종닭의 안창살, 등살, 넓적다리 부위에 매콤한 고추장 특제소스를 입혀 숯불에 구워주며 단맛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 허니 소스 발라 먹는 것도 세프가 추천해준다.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겉절이가 입맛을 돋운다.
토종닭의 가슴살, 다리 살과 식감을 더하려고 닭 가슴 연골을 넣은 패티는 된장소스와 의외의 조화를 잘 이뤄냈다. 패티 밑에 깔린 까만 톳은 미각이 둔감한 건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숯불에 구워낸 토종닭 넓적다리와 마, 죽순, 당근 등 뿌리채소, 표고버섯에 닭육수를 넣은 영양 솥밥은 간이 삼삼하면서도 담백해 최고였다.
국으로 나온 시래기 된장국도 여기가 치킨집인지 한정식 집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구수하고 시원했다. 기존에는 매콤한 닭개장이 나왔었는데 최근 시래기 된장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래기 된장국은 강원도 양구에서 난 시래기와 ‘풀치’라고 하는 갈치새끼를 육수 재료로 사용했다. 계란장 뿐만 아니라 막걸리 식초를 이용한 매콤한 소스를 밥에 비벼 먹으면 완전 한국인 취향이다.
다만 코스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칼같이 끝나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조금 아쉽고 치마카세 식사 시 치킨 등 단품 메뉴는 주문이 안된다. 자리는 최대 6명까지 가능하며, 오는 4월부터는 메뉴가 조금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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