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연구실서 총소리 굉음…범인은 작은 어항에 들어있었다는데 [사이언스 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3. 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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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실험실.

한 연구자가 실험실을 돌아다니다 발걸음을 멈췄다.

수조 안에는 손톱만한 크기의 물고기들 뿐이었다.

140db은 총을 발포할 때 나는 굉음과 비슷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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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이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독일의 한 실험실. 한 연구자가 실험실을 돌아다니다 발걸음을 멈췄다. 윙윙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 근원을 찾아 헤맨 그는 수조 앞에 멈춰섰다. 수조 안에는 손톱만한 크기의 물고기들 뿐이었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크기라 연구자는 반신반의하며 마이크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관찰 결과, 소음을 일으킨 범인은 그 물고기가 맞았다.

벤자민 주드케위츠 독일 베를린 샤리테의대병원 아인슈타인신경과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몸길이 약 12mm 크기의 물고기인 ‘다니오넬라 세레브럼(Danionella Cerebrum)’이 140데시벨(db)이 넘는 소리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40db은 총을 발포할 때 나는 굉음과 비슷한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물고기 축에 속하는 이 물고기가 총 소리에 가까운 굉음을 낸다는 것을 학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물고기가 소리를 내는 가장 일반적 메커니즘은 부레를 활용하는 것이다. 부레는 물고기가 갖고 있는 공기 주머니로 부유력을 조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물고기는 이 부레를 근육으로 쳐서 소리를 만들어낸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의 소리발생 메커니즘은 조금 더 복잡하다. 부레와 뼈를 일종의 드럼과 스틱처럼 활용한다. 근육을 수축시키면 근육이 갈비뼈를 잡아당기게 되는데, 근육 안쪽 물렁뼈는 잡아당겨진 갈비뼈를 잡고 있는 걸쇠 역할을 한다. 근육의 수축을 풀게 되는 순간 갈비뼈가 부레를 매우 강하게 치게 되면서 강력한 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이 내는 소리는 140db에 이른다. 소리 크기는 거리에 따라 줄어드는데, 1m 떨어진 지점에는 소리가 108db에 달했다. 이는 불도저가 내는 소리가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이 소리를 내는 이유가 명확치 않다”면서도 의사소통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오직 수컷 다니오넬라 세레브럼만이 이 소리를 낸다. 무리지어 있을 때만 소리를 낸다. 어떤 수컷은 더 큰 소리를 내는 등 개체 간 차이도 보인다. 연구팀은 “수컷이 8마리 정도 있으면 3마리만 소리를 내고 나머지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일종의 위계질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은 미얀마 지역의 심해에서 발견됐다. 어둡고 탁한 바닷속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며 함께 헤엄치기 위해 큰 소리를 내는 능력을 발달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도 나온다.

과학자들은 물고기들이 주로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지난 2022년 국제학술지 ‘어류학 및 파충류학’에 현재까지 발견된 어류종 중 약 3분의 2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물고기는 부레 외에도 마찰음이나 호흡음을 낼 수 있다. 마찰음은 지느러미 가시와 몸을 마찰시키거나 이빨, 턱뼈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가시고기 등이 이렇게 소리를 발생시킨다고 알려져있다. 호흡음은 입으로 호흡할 때 입 속 공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리다. 잉어나 붕어 등이 호흡음을 낸다.

물고기가 수중에서 내는 소리는 사람에게는 윙윙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소리 대부분이 물 속에서 반사되기 때문이다. 딱총새우는 이런 원리를 이용해 200db 달하는 소리로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연구팀은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이 중요한 과학적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니오넬라 세레브럼은 몸통이 투명해 두뇌의 활동을 바로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 진화 생물학과 생체역학에 대한 더 폭넓은 이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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