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노경은이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방법… 말 대신 공으로 보여주면 된다

김태우 기자 2024. 3. 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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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실한 훈련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시즌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 노경은 ⓒSSG랜더스
▲ 노경은은 말보다는 행동, 말보다는 공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와, 경은 선배님 진짜…”

SSG는 1차 플로리다 캠프 당시 두 차례 자체 연습경기를 했다. 애당초 연습경기 일정은 없었고, 대신 라이브게임만 잡혀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분 전환과 실전 감각을 위해 라이브게임을 연습경기로 확대해 경기를 치렀다. 특히 당시까지만 해도 어떤 선수가 2차 캠프를 앞두고 컷오프 당할지 몰랐던 투수진은 긴장감이 흘렀다. 제각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부를 던졌다.

그런데 두 번째 연습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비출전조 젊은 선수들의 탄성이 터졌다. 베테랑 노경은(40)의 투구에 저마다 감탄했다. 젊은 선수들은 “경은 선배님 구위가 진짜 좋다”고 탄성을 내질렀다. 선수들이 보는 평가였고, 그 감은 정확했다. 노경은의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44㎞. 마흔의 선수가 2월 중순 실전에서 낸 스피드였다. 공 끝에 힘도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올해부터 중요해질 높은 쪽 코스를 거침없이 공략하며 타자들과 상대하고 있었다. 마흔의 베테랑이지만,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기백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투구를 본 젊은 투수들은 자신들을 반성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노경은은 말수가 엄청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그렇게 말 대신 공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얻고 있었다.

노경은은 경기 후 “3일 동안 170개의 공을 던지고, 하루 쉬고 오늘 경기에 나섰는데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송신영 SSG 수석코치는 이 투구 수에 대해 “캠프에도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캠프가 끝나기 전에 채워야 할 투구 수를 정해두고 그에 맞춰 던진다. 기간별로 몸을 맞춰놓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말이 쉽지,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하기 쉽지 않은 루틴이다. 일부 후배들보다 더 던졌다.

노경은은 자타가 공인하는 SSG의 훈련 중독자다. 2022년 41경기에서 79⅔이닝, 지난해 76경기에서 83이닝을 던지면서도 부상 하나 없었다. 철저한 몸 관리 덕이다. 지난 2년간 많은 이닝을 던져 잠시 휴식을 취할 법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11월부터 곧바로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매일 출근해 보강을 하고, 또 체력을 키웠다. 노경은은 83이닝을 투구했음에도 “더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혀를 내두를 만한 체력이자 의지다.

역시 오래 선수 생활을 했던 배영수 SSG 투수코치조차 놀랐다. 배 코치는 “물어보니 원래 공을 조금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자기 준비하는 루틴대로 잘 소화한 것 같다”면서 “노경은이나 고효준은 40대 아닌가. 날씨의 영향도 받고, 자기 컨디션의 영향도 받아서 스케줄대로 움직이기가 굉장히 힘든 부분이 있는데도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이 선수들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코치들과 투수들 사이의 가교 몫도 완벽했다는 게 배 코치의 칭찬이다.

노경은의 몸 상태를 지켜본 이숭용 SSG 감독은 1차 캠프가 반도 지나가기 전 일찌감치 그의 보직을 정했다. 마무리 직전에 나오는 셋업맨, 필승조다. 스스로 리모델링의 설계자라고 말하는 이 감독도, 노경은의 준비 태세에는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후배들의 도전에 실력으로 응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일찌감치 보직을 정해줬다. 노경은은 플로리다 연습경기, 그리고 대만에서 가진 첫 실전 경기(2월 28일 퉁이 라이온즈전, 1이닝 퍼펙트, 최고 146㎞)에서 그 자격을 증명했다.

▲ 연습경기에서 이미 최고 시속 146km의 공을 던지며 이상 준비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하고 있는 노경은 ⓒSSG랜더스
▲ 노경은(왼쪽)과 고효준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교훈으로 자리하고 있다 ⓒSSG랜더스

올해는 투구 이닝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감독은 “필승조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나 동점 상황에서 앞뒤 등판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만 쓰겠다는 것이다. 대신 “힘을 아끼는 만큼 이기는 경기는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해도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 마운드에 올랐던 노경은의 어깨가 여전히 무겁다. 그러나 그 무거운 짐을 묵묵하게 짊어지고 가는 노경은이다. 구단, 코칭스태프, 후배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굉장한 귀감이다. 타고 난 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만 철저하게 하면 마흔의 나이까지도 강한 공을 던지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젊은 친구들도 노경은에게 그 비법을 많이 묻고, 노경은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준다. 어느덧 팀의 30대 선수들은 “경은이형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핑계를 댈 수 있나”는 말이 입에 붙었다. 롤모델의 가치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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