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 끝나가는데 외국선수가 10분을 못 뛴다…‘늙은 호랑이’ 에릭, ‘배스 체제’ kt가 가진 위험 요소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3.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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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라운드가 끝나가는데도 10분을 못 뛰는 외국선수가 있다.

수원 kt는 지난 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94-101 역전 패배, 7연승을 마감했다.

잘 싸운 한판 승부였다고 하기 힘들었다. kt는 분명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고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특히 패리스 배스의 야투가 흔들린 후반, 대체할 카드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5라운드가 끝나가는데도 10분을 못 뛰는 외국선수가 있다. 사진=KBL 제공
kt는 2쿼터 시작을 마이클 에릭과 함께했다. 1쿼터 7분 1초 동안 출전한 그였으나 배스가 지난 서울 삼성전에서 당한 발목 부상이 있어 조금 더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에릭은 2쿼터 1분도 뛰지 못한 채 교체됐다. 송영진 감독은 경기 후 체력 문제가 있었음을 밝혔다. 배스 카드를 일찍 꺼내지 못한 kt는 결국 에릭 대신 이두원을 투입, 3분여 동안 국내선수로만 경기를 치렀다.

kt가 KCC에 분위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그동안 리드를 내주지 않았던 그들이 국내선수로만 뛴 3분여 동안 1점을 내는 데 그쳤고 무려 10점을 허용했다.

결국 배스가 투입됐고 다시 분위기를 가져온 kt. KCC와의 정면 승부에서 다시 앞서며 전반을 51-49, 2점차로 리드한 채 끝낼 수 있었다.

kt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배스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허훈 역시 긴 시간 투입하기 어려웠다. 에릭의 출전 시간을 늘릴 수도 없어 대체 카드가 없었다.

3쿼터는 잘 버텼다. 허훈이 3연속 3점포를 터뜨리며 KCC의 추격전을 막아냈다. 정성우와 하윤기 역시 내외곽을 휘저으며 파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문제는 배스였다. 3쿼터 8점을 기록했으나 야투 성공률이 25%(2/8)로 떨어졌다. 무리한 공격이 많았다. 4개의 자유투를 얻어내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로 KCC와 1대5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kt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항상 배스가 문제였다. 올 시즌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외국선수이며 대단한 득점력, 넓은 시야와 패스 능력까지 갖췄으나 야투 난조가 이어지면 앞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KCC는 배스의 무리한 림 어택을 역이용, 트랜지션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다시 바꿨다. 특히 4쿼터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허웅, 그리고 최준용까지 가세하며 순식간에 점수차를 벌렸다.

kt 벤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가 없었다. 배스 대신 에릭을 선택할 수 없었고 허훈에게 기댈 수도 없었다. 결국 밀리기 시작한 4쿼터부터 큰 반격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패리스 배스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선수이지만 그에게만 의지해선 우승하기 힘든 kt다. 사진=KBL 제공
올 시즌은 메인 외국선수의 존재감이 매우 중요하다. kt는 사실상 배스 체제로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배스가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에릭이라는 카드가 있음에도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에릭은 올 시즌 내내 비판과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코트 밖에서의 존재감은 최고 수준이라는 관계자들의 평가와 달리 가장 중요한 코트 안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매번 교체되어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kt는 에릭을 신뢰했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다. 배스는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이 많은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출전 시간 욕심이 전혀 없는 에릭은 배스와 궁합이 좋다. 에릭을 교체했을 때 지금처럼 배스와 좋은 궁합의 외국선수를 영입한다는 보장이 없다. 새로운 외국선수가 오려면 출전 시간 욕심이 없으면서 에릭보다 좋은 기량을 가져야 한다. 현시점에선 찾기 힘들다.

올 시즌은 이제 6라운드만 남겨두고 있으며 kt는 여전히 2위다. 보통 이런 순간에 변수를 두는 건 성공 가능성이 낮다.

kt가 놓친 건 올 시즌 내내 배스와 에릭의 출전 시간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kt는 배스 홀로 뛰는 팀이 됐고 에릭은 구경꾼이 됐다. 데이브 일데폰소를 활용하지 못하며 아시아 쿼터조차 낭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kt는 3장의 외국선수 카드 중 1장만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kt는 올 시즌 대권에 도전해야 할 ‘윈 나우’ 팀이다. 우승이 아니면 실패인 시즌. 허훈과 문성곤, 그리고 정성우와 한희원, 하윤기, 문정현, 배스까지 있는 상황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배스 체제의 위험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단기전에서 유독 약했던 그들이기에 이러한 위험 요소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물론 에릭 교체에 대한 가능성이 1%도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시장에 풀린 외국선수들은 있고 4월이 되면 더욱 많아진다. 외국선수 영입이 어렵다는 것이 프로 관계자들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시장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배스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 만큼 kt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 않다. 여러모로 kt, 그리고 송영진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송영진 감독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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