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vs 김하성-고우석은 다음 기회로… '귀한 몸들' 나란히 휴식, 9일은 만날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의 ‘슈퍼 코리안데이’는 일단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의 맞대결이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두 팀에 소속된 한국인 선수 모두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고된 부분도 있었던 가운데, 정규시즌에 들어가기 전 세 선수가 오순도순 모일 기회는 한 번 더 남아있다. 그때는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의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린 3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는 한국인 선수가 없었다. 홈팀인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26), 그리고 원정팀인 샌디에이고의 김하성(29)과 고우석(26) 모두 이날 경기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채 끝까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경기는 샌디에이고의 3-2 승리로 끝났다.
나란히 캑터스 리그(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속한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이날이 시범경기 첫 맞대결이었다. 자연히 세 선수가 나란히 한 경기에 뛰는 모습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일정을 볼 때 이날 맞대결 자체는 확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양상이었다. 일정이 잘 맞지 않아 3일 경기에 모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결국은 현실화됐다.
제각기 사정이 있었다.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 데뷔가 늦었던 이정후는 3경기에서 타율 0.444, 출루율 0.444, 1홈런, 1타점, 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333의 좋은 성적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다. 2월 28일 시애틀과 첫 경기에서는 첫 타석부터 상대 차세대 에이스이자 지난해 10승 투수이며 또한 올스타 투수이기도 했던 조지 커비(시애틀)를 상대로 안타를 치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3월 1일 애리조나와 경기에서는 첫 타석 2루타, 두 번째 타석 홈런으로 장타력까지 선보였다.
그런 이정후는 2일 텍사스와 홈경기에도 출전했다. 시범경기 들어 첫 이틀 연속 출장이었다. 앞선 두 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선발 리드오프 및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3타수 1안타를 친 뒤 경기에서 빠졌다. 시범경기 초반은 주축 선수들이 세 경기 연속 출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초반이라 컨디션 관리 위주의 일정을 소화하는 점도 있고, 구단도 자리가 확정된 선수보다는 초청 선수와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기량을 빨리 확인한 뒤 로스터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2일 경기에 나서면서 3일 경기 결장은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 있었다. 끝내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하성도 비슷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범경기 들어 5경기에서 타율 0.444, 출루율 0.615, 장타율 0.556, 1타점, 1득점, 2도루, OPS 1.171의 좋은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올해 다시 찾은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수비력을 과시 중이다. 그런 김하성은 하루 경기에 나서고, 하루는 쉬는 루틴을 이어 가고 있다. 실제 김하성은 2월 23일 LA 다저스, 2월 25일 밀워키, 2월 27일 클리블랜드, 2월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3월 2일 LA 에인절스전에 나섰다.
사실 김하성의 출전 루틴이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의 전형적인 시범경기 초반 루틴이라고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 또한 여러 선수들을 확인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 나가면 구단도 업무가 복잡해진다. 이제 마이너리그와 초청 선수들을 조금씩 걸러내면서 로스터 윤곽이 드러나고, 시범경기 중반 이후부터는 출전 빈도가 많아지는 추세로 간다. 특히나 김하성과 같은 주전 선수들의 경우 초반에는 아무래도 컨디션 관리가 편한 홈경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은 원정 경기로 전날 경기를 뛴 김하성 역시 출전 가능성이 떨어지는 하루였다.
고우석은 이미 결장이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고우석은 3월 1일 오클랜드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가졌다. 팀이 5-3으로 앞선 8회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홀드를 챙겼다. 불펜 투수들의 경우 시범경기 초반 연투는 거의 없다. 그리고 예정된 일정에 따른다. 샌디에이고는 3일 샌프란시스코전을 앞두고 게임노트를 통해 이날 출전 대기하는 투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고우석의 이름은 없었다. 게임조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르면 4일 정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쉽지만 급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앞으로 만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는 9일에는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아직 세 선수의 출전 여부를 확답하기 이른 상황이지만 김하성 이정후의 동반 출전 정도는 기대할 만하다. 이정후의 경우 3타석 정도를 치고 빠질 가능성이 있어 경기 막판에 대기하는 고우석과는 상대할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시범경기에서 두 팀의 맞대결은 더 없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참가한다. 3월 20일부터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2연전을 갖는다. 올해 메이저리그 개막전이다. 이 때문에 조금 일찍 애리조나를 떠난다. 한국까지 장거리 비행에 시차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는 17일 팀 코리아, 그리고 18일에는 지난해 KBO리그 우승 팀인 LG 트윈스와 연습경기로 몸을 푼 뒤 20일과 21일 다저스와 진검승부를 벌인다.
반대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 계속 남아 27일까지 시범경기를 치른다. 24일까지는 애리조나에서 경기를 하고, 25일에는 새크라멘토로 이동해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 경기를 한다. 팬서비스 차원이다. 그리고 26일에는 콜리시움에서 지역 라이벌 구단인 오클랜드와 경기를 하고, 27일에는 경기장을 바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오클랜드를 한 번 더 만난다.
이후 29일 샌디에이고에서 올 시즌 첫 경기를 갖는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두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다시 미국으로 와 시범경기 일정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29일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홈 개막전을 치른다. 그때는 출전 시간 안배 따위는 없다. 무조건 베스트 멤버다. 옛 팀 동료였던 김하성과 이정후가 미국에서 한 구장에 서는 장면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기 양상에 따라 이정후와 고우석의 ‘사돈 대결’도 구경할 수 있다. 꼭 29일이 아니더라도 펫코파크에서 4연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한 차례 정도 맞대결을 기대할 수는 있다.
좋은 컨디션과 함께 시범경기를 열었다는 게 더 중요하다. 김하성은 시범경기 시작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총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서나 안타를 쳤다. 2일 경기에서는 안타를 치지는 못했으나 볼넷으로 출루한 뒤 연거푸 두 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발을 과시했다. 3루 도루 때는 상대 포수 오하피의 송구 실책까지 유도해 유유히 홈을 밟았다. 안타 하나 없이 김하성 홀로 만든 득점이었다. 타격감도 좋고, 수비 포지션도 원래 자리를 되찾은 김하성은 2024년 시즌 FA 시장의 유격수 최대어로 손꼽힌다.
적응해야 할 것도 많고, 증명해야 할 것도 많았던 이정후는 순조롭게 현지의 선입견을 깨고 있다. 시애틀전에서 예상보다 빠른 발로 현지를 놀라게 하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홈런 포함 장타 두 방을 터뜨리며 ‘파워가 약하다’는 선입견을 또 한 번 깨뜨렸다. 볼카운트 2S에서 친 안타만 세 개에 이를 정도로 팀이 기대했던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인플레이 타구 생산 능력도 같이 보여주고 있다.
고우석도 시범경기 데뷔는 다소 늦었으나 첫 경기에서 시속 150㎞의 공을 던지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증명했다. 커터와 커브까지 모두 던지면서 자신의 구종도 실험했다. 경기 후 마이크 실트 감독이 고우석의 담대한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올해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만큼 일단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출발은 좋고, 세 선수가 모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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