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은 왜 마라톤만 뛸까…홍콩 영화가 사라진 이유는?
[편집자주] 빠르게 중국화 하는 홍콩의 모습은 자유가 사라진 시장경제가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가 블록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산업과 금융 양측면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할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아시아의 용' 홍콩은 왜 '아시아의 금융허브 유적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을까. 홍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그때 홍콩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감이 홍콩 반환 후 시간이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언론에 주윤발(69)의 근황이 자주 보도되지만, 영화 촬영 소식보다는 하프 마라톤 완주·지하철 탑승 등 근황이 대부분이며 영화를 촬영한다는 소식은 드물다. 지난 1980~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산업이 쇠락하면서 한국 영화가 홍콩을 추월한 데 이어, 이제 중국 영화도 홍콩 영화를 넘어섰다.

홍콩 배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해도 유덕화인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네티즌들은 기사에 "유덕화는 중국 본토에서 티켓 파워가 없다" "유덕화의 영향력이 가장 클 때는 1980~90년대로 그때는 지금 중국의 20~30대가 막 태어났거나 태어나기도 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유덕화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반면 러라군탕은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자링이 영화 촬영을 위해 무려 50㎏를 감량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는 몇 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살던 과체중 여성 '러잉'이 복싱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중국 영화와 홍콩 영화를 비교하면 양자 간의 역학구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1980년대 전성기 시절, 한국·동남아·중국 등 아시아를 주름잡던 홍콩 영화가 시대의 뒤안으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유덕화, 양조위 등 홍콩 배우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번화'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중국중앙(CC)TV 8, 상하이의 동방위성TV, 텐센트비디오에서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하이의 주요 장소들은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번화'의 성공으로 중국에서는 자국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으며, 오히려 홍콩 영화가 변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 중국 극장가에서 개봉한 유덕화 제작·주연의 '잠행', 양조위와 유덕화가 출연한 '골드핑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잠행은 온라인 마약 밀매를 일삼는 마약왕과 그를 추적하는 홍콩 경찰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다뤘지만, 차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 '내가 경찰이다'라는 주장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무간도'(2003)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 드라마, 영화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중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문화 컨텐츠에서 중국이 홍콩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반면 홍콩 영화는 과거의 성공 문법을 벗어나지 못하며 중국에서 인기가 뜸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획일적인 범죄조직 소재와 구성 △수십 년째 똑같은 배우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도 홍콩 영화산업의 쇠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과 현재 홍콩 정부가 별도의 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홍콩의 창의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주윤발 배우가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05.](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3/03/moneytoday/20240303093009121rjxf.jpg)
주윤발도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에 따른 어려움을 말한 바 있다. 당시 주윤발은 기자회견에서 홍콩 영화에 대해 "규제가 많아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며 "시나리오는 영화 당국의 여러 부서를 거쳐야 하고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제작비 마련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쉽지만 영웅본색 같은 명작 홍콩 영화를 다시 보긴 힘들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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