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자리 뺏길까…더럽고 지루하고 힘든 일 대신해주는 이 기술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3. 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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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를 접는 옵티머스의 모습. [사진출처 = 일론 머스크의 X]
“에이, 난 또 빨래를 개어서 내놓는 줄 알았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탁건조기’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다소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전업계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제품에서 작동케 한 세탁건조기는 분명 ‘꿈의 세탁기’였습니다만, 이미 자동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나 대신 빨래를 개어주는 기술이었던 것이죠.

최근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공개한 영상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시 테슬라는 자체 제작 중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빨래를 뚝딱 개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그러면서도 무지 귀찮은 일을 나 대신 해주는 로봇이라니요!

두발로 자연스럽게 걷는 옵티머스의 모습 [사진출처=테슬라 옵티머스 X]
형태도 현재 자동차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 고정된 채 일하는 ‘로봇팔’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로 일하는 로봇의 모습은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속 큰 지각 변동을 겪은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인구는 날로 감소한 반면, 그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섭니다.

AI를 탑재하자 로봇의 진화 속도는 무섭게 빨라지고 있고요. 이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지난 2021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왔습니다.

2022년 9월 옵티머스란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 공개했는데, 당시에는 스스로 걷지 못해 직원들이 들어서 이동시켜줘야 했습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라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죠.

요가 동작을 하고 있는 옵티머스의 모습. [사진출처 = 테슬라 옵티머스 X]
하지만 이후 테슬라가 공개한 옵티머스 모습은 실로 놀랍습니다.

스스로 균형을 잡는 요가 자세를 선보이는가 하면 손가락을 사용해 빨래를 개고, 달걀을 깨지지 않게 옮기는데 성공합니다. 쪼그려 앉기 운동을 하더니 최근에는 인간처럼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는 2025년 시장에 내놓기 위해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풍요로운 미래,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는데요. 그는 옵티머스 대량생산시 3~5년 이내 2만달러(약 2600만원) 이하로 주문받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인간이 채우지 못한 일자리가 미국에만 1000만개가 있습니다.”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 문제 의식을 갖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 AI’가 그 주인공입니다.

테슬라와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한 피규어 AI는 인간 대신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상용화에 매진합니다.

피규어 01 모습. [사진출처 = 피규어AI]
이를 위해 이 회사는 키 170cm, 무게 60kg인 휴머노이드 ‘피규어 01’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는데요.

피규어 AI 측은 피규어 01에 대해 “오류를 바로잡는 능력을 스스로 학습한다”며 “인간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함께 안전하게 판단하고 학습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노동 시장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성형 AI 기술 덕분에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더욱 고도화되는 모습입니다.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피규어 AI에 각각 9500만달러와 500만달러를 투자해 그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엔비디아가 피규어AI에 각각 1억달러와 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인텔의 벤처 캐피털이 2500만 달러, LG이노텍과 삼성 투자 조직도 각각 850만달러와 500만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시애틀 물류창고에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를 배치해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시범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트는 아마존이 투자한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업해 개발한 로봇입니다.

디지트는 아마존 물류센터 내에서 두 발로 걸어다니며 박스를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최대 18kg의 물건을 들 수 있으며 빛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더와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생크추어리AI’의 경우 AI를 탑재하고, 손·발가락 등 몸 전체가 관절로 움직이는 ‘피닉스’를 한창창 개발 중입니다. 노르웨이의 인공지능 로봇 스타트업인 ‘1X 테크놀로지 AS’는 챗GPT를 탑재한 가사도우미 로봇 ‘네오’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든 곳은 민간 기업 뿐만이 아닙니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디지트’의 모습 . [사진출처 = 아마존]
NASA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발키리’는 키 188cm, 무게 136kg으로,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주 역시 발키리의 활동무대인데요.

이와 관련 숀 애즈미 NASA 로봇개발부서 팀장은 “인간 우주인을 (휴머노이드로)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 우주인이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일에서 벗어나 더 높은 단계의 활동에 집중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산업현장은 물론 병원이나 가정에서 일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시장이 향후 2~3년 뒤면 크게 열릴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옵니다.

글로벌 조사기업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6억2000만달러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7년 173억달러, 2032년엔 28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시장이 커질수록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비숙련 육체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걱정이나 안보·치안 분야에 투입될 경우 인간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입니다.

일상 속 로봇의 침투가 머지 않을수록 그 부작용 역시 최소화 할 대책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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