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 크론도 마이너 계약, 속출하는 FA '헐값' 계약에 구단주 담합 의심

이상희 기자 2024. 3.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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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시절의 1루수 C. J. 크론 | 사진=콜로라도 구단 홍보팀 제공)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또 하나의 '헐값' 계약이 나왔다. 이번에는 리그 '강타자' C. J. 크론(34)이다.

미국온라인 매체 '트레이드루머스'는 2일(한국시간) "보스턴 구단이 FA 1루수 크론과 1년 200만 달러(약 26억 7200만원)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이번 계약에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대장이 포함된 가격으로 크론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경우 연봉 200만 달러를 받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총 500만 달러(약 66억 8000만원) 규모이다"라고 덧붙였다.

크론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 10시즌을 뛴 베테랑이다. 작년에는 부상으로 71경기에 나와 타율 0.248, 12홈런 37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729였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총 1049경기를 뛰어 타율 0.260, 187홈런 604타점을 기록 중이다.

트레이드루머스를 포함 다수의 미국현지 언론은 크론의 경력을 언급하며 "비록 지난해 부상 때문에 71경기 밖에 뛰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마이너 계약을 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올 메이저리그 FA시장에는 크론뿐만 아니라 다수의 '헐값' 계약이 쏟아지고 있어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 마저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김하성(29)과 함께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던 1루수 게릿 쿠퍼(34)도 헐값 계약을 맺었다. 그는 지나달 26일 시카고 컵스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세부조건은 상호합의 하에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던 1루수 게릿 쿠퍼 | 사진=샌디에이고 구단 홍보팀 제공)

쿠퍼는 지난해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 두 팀에서 뛰며 부상 없이 총 123경기에 나와 타율 0.251, 17홈런 6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OPS도 0.724로 좋았다.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기쁨도 잠시, 결과는 참담한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다.

디트로이트와 1년 150만 달러(약 19억 9350만원)에 계약한 3루수 지오 우르셀라(33)의 계약도 헐값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다. 그는 지난해 840만 달러(약 111억 636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디트로이트는 전년도 대비 약 700만 달러(약 93억원)를 후려친 셈이다.

우르셀라는 지난해 부상으로 62경기만 뛰었지만 타율 0.299, 2홈런 24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결코 나쁜 성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연봉은 무려 700만 달러나 깎였다.

최근 샌디에이고와 재계약한 유틸리티맨 주릭슨 프로파의 경우도 비슷하다. 김하성의 '의형제'로 유명한 그는 샌디에이고와 1년 100만 달러(약 13억 3550만원)에 FA계약을 맺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이 74만 달러(약 9억 8827만원)인걸 감안하면 거의 미니멈 수준의 계약인 셈이다.

프로파는 지난해 내야와 외야를 모두 오가며 총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 9홈런 46타점의 성적표를 받았다. 호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연봉 100만 달러를 받을 정도의 성적도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10년 차에 대한 프리미엄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헐값 계약으로 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리조나 구단은 지난달 18일 "외야수 랜달 그리척(33)과 1년 200만 달러(약 26억 7100만원)의 메이저리그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액면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계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리척의 커리어와 지난해 성적을 보면 '억' 소리가 절로 난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9시즌 연속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점도 해마다 40타점 이상을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8경기를 뛴 그는 타율 0.267, 16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봉은 지난해 388만 달러(약 52억원)에서 200만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납득하기 어려운 계약이다.

(LA 다저스 유틸리티맨 엔리케 에르난데스 | 사진=MHN스포츠 DB)

지난주 다저스와 계약한 유틸리티맨 엔리케 에르난데스(33)는 이와 관련 온라인매체 '파울테러토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담합(Collusion)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 단어가 떠오른다"며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의 담합을 의심했다.

올 FA시장에서 유독 헐값 계약이 속출하는 이유는 돈을 쓰지 않으려는 구단주들의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 메이저리그 다수 구단에 대한 TV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벨리스포츠 운영사가 재정문제로 파산하면서 그 여파로 구단의 주 수입원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가장 큰 여파를 받은 대표적인 구단이 샌디에이고이다. 이들은 지난해 돈줄이 막히자 단기 현금 유동성 문제로 5000만 달러(약 667억 7500만원)의 긴급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메이저리그 다수의 구단들이 올해도 벨리스포츠와 중계권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벨리스포츠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또 다른 혈관이 터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구단이 샌디에이고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지켜본 구단주들이 과거와 달리 돈 쓰는 걸 주저하게 됐다"며 "향후 2~3년 간은 쇼헤이 오타니(30. LA 다저스) 같은 상위 5%의 슈퍼스타는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 외에 선수들은 힘들게 FA 자격을 얻어도 과거처럼 다년 계약을 통한 달콤한 액수를 보장받지는 못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FA 시장에 블레이크 스넬(32), 조던 몽고메리(32) 등 다수의 미계약자들이 남아 있는 것도 결국엔 돈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은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7)도 만족할 만한 오퍼를 기다리다 지쳐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현 메이저리그 FA시장을 보면 그의 선택은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사진=MHN스포츠, 콜로라도, 샌디에이고 구단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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