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섬유예술가 박영희 "자연의 순리 표현, 나의 조형적 언어"(2편)
염색·자수·매듭 등 공예적 미의식 살펴
선·형태·색채·명암 등 시각적으로 구성
섬유의 역동적·입체적인 질감을 드러내
"자연의 순리 표현이 나의 조형적 언어"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사소한 것의 위대함' 메시지로 전달
- 일관된 창작의지가 있다면.
"섬유의 독특한 질감과 천연의 색이 가져다주는 순한 이미지의 색조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나의 많은 작품에서 일관되게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는 소소한 일상의 삶을 노래하듯이 캔버스에 옮겨 놓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과 예술이 따로 떨어져 괴리된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가장 위대한 것은 사소한 것에 있다는 한결 같은 메시지를 작품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입니다."
- 박영희 작가가 추구하는 조형적 언어는 무엇인지.
"한국의 전통 섬유미술을 이야기할 때면 우선적으로 한국의 전통 직물과 복식을 중심으로 염색, 자수, 매듭 등 전통공예적인 입장에서 그 미의식을 고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예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 전통 섬유공예의 원형을 계승하고 전승하는 일은 중요할 것입니다. 전통공예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예술은 다양하고 그 예술 중에 미술은 그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미술의 영역에서 단지 오브제 선택이 섬유였기 때문에 섬유공예라 하는 것은 회화에 있어서 우리가 우리를 좁은 영역에 스스로 가두는 일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천착해가는 작품의 세계는 그 공예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의 회화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 '평면 섬유 회화'와 '일반 회화'의 차이는 무엇인지.
"회화의 제작 방법은 각 시대의 이상이나 그 시대의 기법에 의해서 제작돼 왔습니다. 리처드 스미스는 관람객을 위해 튀어나온 3차원적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고, 회화의 본질적인 평면을 부정한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짐다인은 그림 위에 실제 사물이나 직물을 붙였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선, 형태, 색채, 명암 등의 구성요소를 표현적 형태로 배열하는 시각적 구성의 회화의 기본개념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간적 개념은 평면 위에다 섬유오브제를 그대로 중첩하거나 세라믹을 부착함으로써 기존의 원근이나 보색대비를 등을 통한 정적인 공간 형태를 제거하고 오브제가 갖고 있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질감을 시각화했습니다."
◇ 자연의 순리 표현하는 조형 언어
- 회화의 개념을 확장하는 기법의 진화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특정 시대의 미술의 개념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입니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는 예술가와 대중이 괴리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정신문화인 예술의 세계도 회복되어야 하고 대중의 삶도 편안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시점과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의 형식적 파괴는 아니지만 나의 작업의 세계는 기존의 개념적 인식을 부정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나의 작품 속에 그 빛이 살아 있기를 원하며 그 숨결이 대중과 같이 하기를 원하는 것이죠. 그것이 자연의 순리를 표현하는 나의 조형적인 언어입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올해에도 바쁜 일정들이 연달아 기획돼 있습니다. 우선 5월에 코엑스에서 부스전시가 기획되어 있고, 9월에는 서울 인사동 구구갤러리의 2년 연속 초대전으로 개인전이 준비돼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아트페어 등 전시 참가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매년 3회 이상의 개인전을 포함해 2025년까지 전시 일정이 이미 꽉 짜여져 있어 작업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풀빛갤러리 운영 계획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올해는 지금의 갤러리를 정식 등록 미술관으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신축건물 등 공간의 확장과 환경정리가 힘든 일이기는 하나 최선을 다해서 이루고자 합니다. 미술관으로 거듭 나서 여러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 발표의 장이 되고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교류와 교감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 박영희 작가
- 풀빛갤러리 대표[Gallery PULBIT Representative]
△ 공존의 삶(궁전갤러리, 광주, 2000)
△ 자연의 빛(현대갤러리, 서울, 2001)
△ 풀꽃의 향연(롯데갤러리. 광주. 2003)
△ 한국의 자연색(시즈오카갤러리, 일본, 2004)
△ 5월의 풀빛(한국천연염색박물관, 나주, 2007)
△ 가을입니다(록갤러리, 서울, 2011)
△ 꽃잎 날리고(전남여성프라자박물관. 목포. 2013)
△ 오랜 시간속의 여정(아트타운갤러리, 광주, 2015)
△ 아·태섬유공예 '슬로우 패션' 초대 전시(대만 섬유공예박물관, 2019)
△ Le Blanc 전시(프랑스, 파리, 2019)
△ 루브르 박물관 전시(프랑스, 파리, 2021)
△ 자연의 결1(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초대, 2023)
△ 자연의 결2(구구갤러리 초대전, 서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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