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필요도 없다”는 주전 포수 증언··충격의 제구력, 류현진의 ‘컴퓨터 야구’[스경x캠프 분석]
한화 포수 최재훈(35)은 지난 2일 류현진(37·이상 한화)의 공을 처음 받아보았다. 한화 입단 후 첫 라이브 피칭에 나선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류현진의 공 65개를 받은 최재훈은 “제구가 너무 좋아 포수가 받기 좋다. 움직일 필요가 없다. 처음이라 아직 형이 뭘 던지고 싶어하고 어떤 공을 선호하는지 몰라서 사인 내면서 맞춰나갔는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복귀만으로 팀을 강팀 반열로 끌어올린 류현진이 라이브피칭 한 번으로 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마치 컴퓨터 오락처럼, 구종을 설정해 목표점을 찍고 버튼을 누르면 생각한 위치에 공이 쭉 들어온다. 컴퓨터 게임 하는 기분을 안겨줄 정도로 차원이 다른 제구력에 한화가 술렁거렸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라이브 피칭을 했다. 지난 2월22일 한화와 계약을 하고 이튿날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해 바로 불펜피칭을 한 뒤 최원호 감독으로부터 “아트피칭”이라는 찬사를 받고 개막전 선발로 바로 낙점됐을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이후 한 차례 더 불펜피칭을 한 뒤 이날 타석에 타자를 세워놓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했다.
류현진은 소속 팀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국내에서 훈련하는 동안에도 개인적으로 피칭 훈련은 꾸준히 했다. 다만 실내피칭만 했기에 이날 실외에서 처음으로 나선 라이브 피칭에 대해 어느 정도 미세한 흔들림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완벽한 커맨드로 모두를 감탄시켰다.
류현진이 선 마운드 바로 뒤에서 라이브피칭 65구를 지켜본 최원호 감독은 첫번째 불펜 피칭 때와 차원이 다른 감탄을 했다. 최원호 감독은 “제구가 예술이다. 뒤에서 봤는데 볼끝도 좋다. 직구는 전부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 던진다. 이 시기에 라이브 피칭 하다보면, 체인지업도 가끔 턱 없는 원바운드로 던지기 쉬운데 류현진은 그냥 살짝 가라앉게 던진다. 어떻게 그렇게 던지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5개 구종을 섞어 65개를 던졌다. 5개 구종을 20%씩 거의 정확하게 나눠서 모두 점검했다. 김태연, 박상언, 이상혁, 장규연까지 4명의 젊은 타자가 돌아가며 타석에 섰고 그 중 이상혁을 상대할 때 몸쪽으로 붙이다가 한 차례 몸에 맞히기도 했다. 이 공 하나 외에는 모두 완벽하게 제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원호 감독은 “커브도 각이 엄청 크다. 몸에 맞았던 그 공 하나 제외하고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놀았다”며 “오늘 공을 받은 최재훈이 배터리 코치에게도 ‘사인대로 다 들어오니까 움직일 것도 없다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취재진이 많고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는 투구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한화 스프링캠프는 류현진을 보기 위한 취재진으로 매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라이브 피칭이 비로 취소된 1일에도, 하루 미뤄 치러진 2일에도 많은 취재진과 방송 관계자들이 찾았다. 여기저기서 찾아온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놓였는데도 전혀 흔들림 없는 투구 또한 한화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현진이 한화와 계약하고 국내 복귀한 뒤 부풀어오르는 기대만큼 우려도 있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한 뒤 지난 시즌 후반기 11경기를 던지고 비시즌을 거쳐 한화에 왔기 때문이다. 이날 라이브피칭에서 최고구속은 시속 139㎞에 머물렀다. 외국인 투수들을 비롯해 이미 시속 153㎞까지도 던지는 투수들이 나오는 시점에 ‘괴물’ 류현진의 최구구속은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구속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최근 2~3년 전에 비해 현재는 오히려 더 좋은 상태라고 확인했다.
최원호 감독은 “커맨드는 굉장히 좋게 봤는데 구속이 140㎞가 나오질 않아 살짝 걱정이 됐다. 그런데 피칭 마치고 이야기를 들으니 이맘때 미국에서보다 2~3㎞ 더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럼 구속은 더 올라올 여지가 있구나 생각했다. 미국에서보다 페이스가 더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과거 한화 시절의 류현진과는 다른 투수다. 한화에서 강속구와 함께 좋은 제구력까지 더해 ‘괴물’로 활약했다면 미국에 간 뒤 몇 차례 부상과 수술을 겪은 뒤 류현진은 구속은 떨어졌지만 여러 구종을 더해 안정된 제구와 커맨드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정규시즌 개막전에 나설 때까지는 청백전과 시범경기까지 포함해 총 3차례 실전을 더 치를 계획이다.
류현진이 말한 ‘이전 페이스’를 고려하면 그 사이 구속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이고, 라이브피칭을 통해 제구와 커맨드는 포수가 ‘컴퓨터 야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완벽에 가까운 상태임을 보여줬다. 투구 수 역시 미국에서 이맘때 페이스보다 현재 더 끌어올린 상태다. 지금의 ‘최고구속 139㎞’는 큰 의미가 없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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