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시스, 1년만에 환골탈태 비결은…"구조조정 대신 임금 더 올렸죠"
"무(無) 구조조정, 무차입 경영, 700억원의 채권 해소 그리고 중견 기업 관계사에 매각"
쌍용차 인수 추진 과정에서 허위 정보로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 이노시스가 2022년 12월 주권 매매 정지가 된 뒤 1년간의 성과다.
보통 주권 매매가 정지되면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먼저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요 내부 인력이 이탈해 사업 근간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노시스는 인력 이탈 없이 해외 매출 다각화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는 2022년 12월 회사에 합류한 차현일 전 대표이사와 이원재 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다.
차 대표와 이 CFO는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왔다. 차 대표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뒤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이 CFO는 서울대 경영대 학부와 석사를 마친 뒤 삼일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차 대표는 이노시스 합류 결정에 대해 "2022년 12월 전 대표이사의 배임설로 주권 매매가 정지된 뒤 700억원 전환사채(CB), BW(신주인수권부사채) 채권자들과 이해관계를 조율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기업컨설팅 전문가 입장에서도 인하우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노시스에 합류한 뒤 직원들의 마음을 다시 다잡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노시스는 수년간 월급을 동결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었고, 직원 복지 제도도 운용되지 않았다. 이에 직원 면담 후 △직원 무(無)구조조정 선언 △주요 임직원의 승진 △자율형 복지 카드 100만원 신설 △매주 생일을 맞은 직원들과 대표가 직접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생일자 오찬 모임 등을 시행했다.
차 대표는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임금을 올리고 없던 복지를 만드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직원들이 반드시 생산성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라는 결과를 보여준 회사의 모든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업인력 강화를 위해 영업 이사를 실장으로 승진시켰고, 우수 영업 사원의 특진 제도도 실시했다. 그만뒀던 연구소장을 다시 설득해 재영입했고 연구진의 가장 숙원 사항이었던 10억원이 넘는 3D(3차원) 프린터를 도입했다.
차 대표는 "매년 3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썼지만, 정작 개발 장비에 대한 투자는 더딘 편이었다"며 "연구소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3D 프린터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영업팀이 뛰기 시작하면서 멕시코, 칠레, 동남아 등 신규 국가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의료기기 사업부의 해외 매출액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또 기존 경영진이 벌여놓은 사업의 뒤처리도 빠르게 진행했다. 거래 정지 전 이노시스는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사업을 진행했지만 마땅한 성과가 없었다.
차 대표와 이 CFO는 이노시스와 함께 한 1년에 대해 "기업가치의 진정한 개선은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재무구조만 좋아졌다면 시지바이오가 아니라 속칭 M&A 쉘(shell)을 찾는 기업사냥꾼에게 매각됐을지 모른다"며 웃음 지었다. 두 사람은 지난 2일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시지바이오에 넘겨주면서 자리에서 내려왔다.
차 대표는 "이노시스의 핵심 사업에 시너지를 불어 넣어줄 역량이 검증된 시지바이오에 매각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산시장에 특화된 컨설턴트 변호사로 활동할 생각이다"라며 "이노시스 성과를 보고 다양한 기업들에게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다음 합류 기업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CFO는 "기업의 실적은 본연의 경쟁력과 가치가 높아지면 저절로 돌아오는 결과일 뿐이라는 당연하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이론을 현실 경영환경에서 구체화했던 행복한 경험이었다"며 "다시 회계사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회사의 구성원 전체와 함께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 또한 매우 보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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