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고 러시아 ‘우주 핵무기’ 위력은···핵낙진 피해에 상업·공공용 위성 일제히 마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궤도 내 인공위성 약 7800기 마비
‘핵 낙진’까지 발생해 전 세계 위험
“현재 핵EMP에 대응할 무기 없어”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위성요격용 핵무기, 일명 ‘우주 핵무기’의 지구 궤도 배치를 추진하다고 있다는 첩보를 미국 정보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CNN방송은 최근 미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대량 에너지파를 만들어 위성을 공격하는 핵우주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196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공상과학(SF) TV 시리즈 ‘스타트렉’에 나온 미국·소련 간 우주 핵전쟁 에피소드를 거론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향해 우주핵무기를 배치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EMP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 세계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우주 핵무기는 전자기 에너지 파동과 전기입자를 쏴 궤도 위의 위성을 못 쓰게 만드는 핵전자기파(EMP·Electromagnetic Pulse) 무기를 말한다. 지구 표면에서 수천㎞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핵무기라는 의미에서 ‘고위도 전자기펄스(HEMP) 무기’라고도 불린다.
핵폭발 때 전자기 펄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핵실험 초창기부터 인지됐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핵폭발시 전자기 펄스가 훨씬 많이 방출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러시아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EMP 무기가 사용되면 핵폭발과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파를 생성해 전세계 상업·공공용 위성을 마비시킬 수 있다. 대부분 나라의 위성통신망이 일시 마비되고 핵 낙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인들의 일상생활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위성 기반 미사일 추적 시스템과 GPS를 활용한 군사작전들이 일제히 마비될 수 있다.
유엔우주사무국(UNOOSA)에 따르면 지난해 4월까지 집계된 지구 궤도 내 인공위성은 약 7800기에 이른다.
전 세계 논란이 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이 제기하는 러시아의 핵무기 우주배치설을 “가짜뉴스”라며 전면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러시아 연방안전보장회의에서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일부 서방국 관리들에 의해 나온 가짜뉴스에 대해 논의했다”며 “(가짜뉴스는) 러시아가 핵무기 우주 배치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인데 우린 그런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의심된다는 말을 썼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미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와 직접 비공개적으로 접촉해 우주 핵무기를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까지 나왔다.
미러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 간 채널을 통해 접촉했다고 WSJ은 전했다.
문제는 러시아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우주배치설은 부인하지만,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개입할 경우 세계 핵 분쟁의 위험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 29일 국정연설에서 “과거 러시아를 침공한 나라들의 운명을 기억한다”며 “우리는 서방 국가 영토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은 핵 충돌의 진정한 위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처럼 러시아와 미국 간의 압박과 견제가 팽배한 상황이다. 우주 핵무기를 둔 미국과 러시아 간 가열되는 신경전의 향배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러시아가 위성들을 공격 목표로 두고 지구 궤도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지난 1967년 체결된 유엔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을 정면 위배하는 행위다. 우주조약은 냉전 시기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우주 공간에 핵무기를 배치해 상대국을 노리며 우발적인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됐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107개국이 가입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현재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우주조약을 체결하던 1960년대 당시에는 우주개발사업 전체가 국가급 프로젝트로 민간기업이 나설 자리가 없었다. 지금은 우주개발사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면서, 민간기업들 활동에는 규제도 없고 어느 나라의 법도 통용되지 않으니 무법천지가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롯해 아프리카 각국 내전 개입에 민간을 활용하는 방식, 즉 용병기업들을 앞세우고 있어 만약에 민간 우주기업들에 무장을 허용하고 적국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우주조약의 맹점을 비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주 핵무기’에 대한 우려는 이미 반 세기 전인 1960년대부터 존재했다. 냉전 시기 우주 공간을 거쳐 목표물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개발되고, 우주 공간 탐험에 대한 미국과 소련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우주 핵무기 배치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실제로 우주 핵무기를 실험했지만 상용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우주 공간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963년 유엔총회는 우주에 대량 살상 무기를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이어 4년 후인 1967년 미국·영국·소련 등이 우주에서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약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핵 EMP 무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가. SF 영화 같을까.
EMP(Electromagnetic Pulse)는 전자기장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진동, 즉 전자기 펄스를 의미한다. 자연적(태양 흑점 폭발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인공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통신을 방해하거나 전자제품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고(高)에너지 EMP 무기를 개발해서 공격한다면 상대국의 국가 전체 통신망을 와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인 핵을 이용하면 이런 고에너지 발생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EMP 무기라고 하면 보통 ‘핵 EMP(Nuclear electromagnetic pulse·NEMP) 무기’를 뜻한다. 지구 표면에서 수백~수천 킬로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핵무기라는 뜻에서 ‘고위도 전자기펄스’(HEMP) 무기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EMP 무기는 SF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은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로봇군단에 맞서 EMP 무기를 사용한다. 핵 EMP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나온다. 인조인간인 ‘리플리컨츠’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핵폭발로 강력한 EMP가 발생해서 전기 및 통신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과 암흑으로 뒤덮인 대정전이 벌어진다.
미국이 러시아에게 경고까지 하고 나서는 것은 이론 같지만, 실상에서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무기체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위력 핵 EMP탄 하나라도 우주에서 터질 경우, 연쇄적으로 전체 위성의 약 3분의 1 정도는 파괴되거나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지구상 통신시스템도 큰 혼란에 빠지고, 상업용 인공위성 대부분이 고도 2000㎞ 아래 저궤도에 모여있는 만큼 핵폭발 이후 낙진까지 전 세계로 떨어져 엄청난 인명 피해도 유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탓에 우주 핵무기가 사용될 경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주 핵무기 공격을 미리 예측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NYT는 “우주 핵무기가 배치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의 민간 통신, 군사 지휘 및 통제 작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현재 미국은 이런 무기에 대응하고 위성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주 핵무기는 ‘잠재적인 전략적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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