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소액주주운동 '불길'…경영권 분쟁속 대주주 '러브콜'도
아마추어리즘 벗고 정교하게 진화…"사회적 관심 고조에 추진동력 얻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제안 제출과 가처분 신청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며 다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제안이 제출된 상장사는 최소 14곳에 이른다.
행동주의펀드 KCGI가 주주행동주의를 펼치기도 했던 DB하이텍은 주주연대가 제출한 주주제안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 이화그룹 3사와 삼목에스폼, 디에스케이, 알파홀딩스, 캐스텍코리아, 휴마시스, 대양금속, 오로라, DMS, DI동일, 아난티 등에도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주주연대가 낸 주주제안은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정관 변경에 대한 내용이 각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외이사 선임(6건), 현금배당(5건), 감사 선임(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제안권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소유하거나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 행사할 수 있다.
주주들이 지분을 모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주제안은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자 위임 방식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서면 등으로 행사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소액주주연대가 주주권 행사를 마친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주주연대는 주주제안을 주총 의안으로 채택하지 않은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DI동일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월 1일 내용증명을 보내 주주제안권을 행사했지만, 같은 달 28일 회사가 주총 소집 결의 이사회에서 주주연대의 안건을 상정하지 않자 가처분으로 맞섰다.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는 '표 대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고배를 마셨지만 위축되기는커녕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른 사회적 관심을 동력 삼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DI동일 주주연대는 법원에 제출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서에서 "소액주주 지분율이 최대주주보다 2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는 소액주주들보다 훨씬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최근 대한민국 증시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DI동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회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은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주주연대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아마추어리즘으로 치부됐던 소액주주연대 운동은 점차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논리로 무장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무시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국면에서 최대주주 또는 2대주주가 득세한 소액주주연대에 손을 내미는 광경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 이병철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2대주주 김기수 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코리아'에서 전자위임을 촉구했다.
김씨는 "2대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을 위해 회사 정상화 전까지 최대주주와 함께 배당을 받지 않겠다"며 "무리한 경영으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2대주주도 함께하겠다"고 소액주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풍 역시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배당·정관 변경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이달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지난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공언했지만 정작 그에 반하는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가치 및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왔다"며 "주주 여러분께서도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길에 적극 동참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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