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1000개 투구, LG에는 없었다···그래도 좋은 밸런스에서 최고 구속 찍었다 [SSAZin]
[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선수도 반신반의했다. 감독과 코치진 제안에 따라 스스로 훈련 일정을 짰는데 이전 캠프보다 투구수가 현저히 적었다.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시즌 준비법을 체득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불안함도 없지 않았다.
실전을 치렀고 불안은 말끔히 사라졌다. 기대는 확신으로 향했다. 캠프 막바지 실전 구속이 시즌에 가깝다. 그 어느 캠프보다 투수들이 적은 투구수를 소화한 LG 캠프 얘기다.
LG는 지난 2일(한국시간)을 마지막으로 30일이 넘는 미국 애리조나 캠프를 마무리했다.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룬 장소에서 페넌트레이스 담금질을 마쳤다. 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만족도가 높다. 과정과 결과 모두에 있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일 애리조나에서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우리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올라선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보다 자신감이 더 생겼다. 우리 선수뿐이 아닌 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가 느끼고 있다. 이게 우리의 숨겨진 힘이며 올시즌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이어 염 감독은 ‘작년과 올해 캠프 만족도를 점수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작년은 50점이었다고 본다. 올해는 90점이다. 그만큼 자신감과 여유를 두루 갖고 우리 선수들이 훈련했고 실전을 치렀다. 올해 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이 내게는 정말 긍정적”이라고 총평했다.
캠프 과제로 삼았던 베테랑의 발전이 눈에 보인다. 염 감독은 새해를 맞이하며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 박동원에게 커리어 하이 시즌에 도전하자고 메시지를 전했고 이들은 이미 비시즌 훈련에 임하며 같은 곳을 바라봤다.
캠프에서 야수진 베스트9 대다수가 맹타를 휘두르고 이를 지근거리에서 보고 훈련한 신예 선수들도 성장곡선이 뚜렷했다. 지난해 최강 타선 재현을 예고하는 LG다.
투수진은 과감했다. 조장 임찬규와 베테랑 최동환 등 커리어가 있는 투수들은 캠프에서 자율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불펜피칭 3, 4회와 리이브 피칭 등 실전까지 필요한 기본적인 과정은 밟았지만 그 외에 부분은 스스로 채웠다.
결과적으로 임찬규는 지난달 29일 청백전에서 속구 최고 구속 145㎞에 평균 구속 143㎞. 최동환도 이날 최고 구속 146㎞에 평균 구속 144㎞를 찍었다. 10년 이상 캠프에 임했던 두 베테랑 투수가 역대 캠프 최고 구속을 달성했다. 이미 150㎞ 이상을 기록한 투수도 세 명에 달한다. 백승현, 성동현, 김대현은 시범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150㎞를 넘겼다.
임찬규는 “아마 프로 14년 캠프 역사상 최고 구속이 아닐까 싶다. 신인 때를 제외하면 컨디션이 역대 캠프 중 최고인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통증이 없고 아픈 부위도 없다. 그래서 지금보다 페이스를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실투도 조금 나왔는데 완벽하게 만들어서 시즌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최동환은 “과거 캠프보다 훨씬 공을 적게 던졌는데 이런 컨디션이 나와서 신기하다.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치님들과 훈련 프로그램을 두고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나는 중간 투수인데 중간 투수의 경우 정말 많이 던져야 20, 30개다. 그런데 캠프 기간 1000개씩 던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며 “공 하나를 던져도 목적과 방향이 뚜렷한 게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투수 코치님, 트레이닝 코치님들과 이런 방향으로 캠프에서 훈련했고 효과가 좋은 것 같다”고 이번 캠프를 돌아봤다.
한때는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을 필수로 여겼지만 이 또한 투수마다, 투수의 연령대마다 차이가 크다.
LG는 이 부분을 맞춤형으로 진행했다. 투구수를 자율에 맡겨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하며 체득하도록 유도했다. 염 감독은 “투수가 감독과 코치진에 마냥 끌려가며 훈련하는 것을 지양시켰다. 스스로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캠프를 유도했다”며 “단순히 많이 던지는 게 아닌 공 하나하나를 어떻게 던지면서 훈련해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본다”라고 선수들의 자세에 만족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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