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최고 139㎞'로도 배트 부러지다니... '진짜 100%' 괴물의 2024시즌 벌써 기대된다
류현진은 2일 오전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한화는 이날 오후 1시 롯데 자이언츠와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연습경기를 펼치는데, 류현진은 이동 전 타자들을 대상으로 투구를 펼쳤다.
포수 최재훈(35)과 호흡을 맞춘 류현진은 김태연-이상혁-박상언-장규현을 상대로 피칭을 진행했다.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 첫 턴에서 이상혁에게 몸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팔을 맞힌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탄착군이 형성됐다. 그는 약 40분 동안 65구를 던진 후 투구를 마감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의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9㎞ 정도로 형성됐다. 그다지 빠르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속구는 좌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무브먼트가 돋보였고,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결정구로 사용했던 '무지개 커브' 역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다. 이상혁과 박상언은 배트가 부러질 정도였다.
투구를 지켜봤던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좌우 로케이션, 다양한 변화구 커맨드 전반적으로 좋았다. 아직은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볼을 받았던 포수 최재훈 역시 "처음 받아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제구가 너무 좋아서 포수가 받기 좋다.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며 완벽한 제구력에 감탄했다.
박상언도 "로케이션 자체가 다르고, 타이밍 싸움하는 것도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볍게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오는 구속보다는 볼끝이 좋은 느낌이었다"며 "가볍게 던지기에 편하게 치러 나가면 쑥 들어와서 타구가 먹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시 다른 투수라는 걸 느꼈다"는 말도 이어갔다.
류현진은 라이브 피칭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순리대로 했다. 스케줄은 어제(1일)였지만 오늘이라도 던질 수 있어서 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들도 대처를 잘했고, 저도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다 던지면서 잘 마친 것 같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느낌은) 괜찮았고, 제구도 몸에 맞는 볼 빼면 크게 벗어나는 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투구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생각했었다. 커브 등을 던졌을 때의 존에 대해 얘기하고,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오늘은 내가 던질 수 있을 만큼 열심히 던졌다"며 "(퍼센트로 말하면) 열심히 던졌다고 했으니 100%다"고 웃었다. 물론 본인의 100% 컨디션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한화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개인훈련으로 몸을 만들었기에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면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박상언의 말처럼 가볍게 던지면서도 구속 이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괴물'의 첫 라이브 피칭이었다.
류현진은 현재 개막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는 일찌감치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의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예고했다. 만약 2일 라이브 피칭이 비로 인해 취소됐다면 계획에 변화를 줄 예정이었지만, 우선은 그대로 밀고 나가게 됐다.
최 감독은 "현 스케줄대로 잘 이행한다면 날짜상 개막전 등판이 유력한 상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향후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선수가 제 스케줄을 소화해 나갈 수 있을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즌에 들어가게 된다면 '100%'의 류현진을 보게 된다. 이는 타 팀 입장에서는 S급 외국인 투수가 한 명 더 들어오는 셈이 된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끝났거나,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실제로 올해 KBO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20명의 통산 빅리그 승수 합계는 71승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혼자 78승을 올렸던 선수다.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에서도 류현진은 통산 20.1을 기록하며 20명의 총합(-6.5)보다 훨씬 높았다. 201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4위,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 및 사이영상 2위, 2020년 워렌 스판 상 수상 및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메이저리그 계약이 가능한 상황에서 전격 한국행을 택했다. 그렇기에 더욱 류현진의 2024시즌을 기대해볼 수 있다.
고친다(일본 오키나와)=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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