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민 받으면 ‘범죄도시’ 된다?…오히려 강력범죄율 낮춘다는데 [Books]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펴냄, 2만5000원
이주자의 실상 들여다본 저자
일자리 뺏고 범죄 늘어난다는
대표적 편견들 틀려다고 지적
이때, 평생 거주를 목적으로 입국한 이주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아마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일자리를 빼앗겨 생계가 위협 받으리란 불안감, 강력범죄율이 급상승해 마음대로 밤길을 산책하지 못하리란 막연한 공포심이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장밋빛 전망도 움튼다. 이주민 유입, 값싼 노동력의 무한한 공급만이 고령화 문제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줄 ‘조커’가 되리란 희망이다.
이주 노동의 찬반 프레임에 갇힌 건 한국만이 아니다. ‘국경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세계 공통의 현실이다. 신간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외국노동자 이주를 둘러싸고 각국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을 바라보는 책이다. 이주의 당위성과 부당성을 배제하고 이주의 실상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옥스포드대에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저자의 신간이다.
사람들은 이주자가 노동시장에 끼칠 부정적 문제에 분개한다. 저임금 이주자 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잘리고 평균 임금이 떨어진다는 위기감도 나돈다. 그러나 이 오해에 대해 책은 ‘노(NO)’라고 주장한다. 이주자가 토박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훔친다는 주장은 인과성을 거꾸로 뒤집은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실업 때문에 노동자 이입이 시작된 것이지 이입 때문에 실업율이 높아진 게 아니란 거다.
1980년 4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페루로 떠나려는 난민 신청자가 1만명이 넘자 화가 나서 “미국으로든 어디로든 떠나려면 떠나라”고 발표했다. 카스트로의 발언 직후 아바나 서쪽 항구 ‘마리엘’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건너간 보트는 1700척, 이주자는 12만명이었다. 미국 해안국경수비대는 편도 140km바닷길을 건너온 압도적 숫자의 난민을 막을 방책이 없었다. 자연적이지 않은 노동자의 급격한 유입이란 희귀한 사례였다.
저 ‘마리엘 보트피플 사건’은 마이애미의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그에 대한 탁월한 분석서로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의 1990년 논문이 손꼽힌다. 카드는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그는 34년 전 썼던 논문에서 “노동력 공급 충격이 해당 지역의 저숙련 노동자, 앞서 이주한 쿠바인의 임금과 실업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노동시장은 분할돼 있기 때문이다. 농장 일꾼, 마트 출납원, 요리사의 일자리는 아예 다른 시장이다. ‘허리가 부러질 만큼’의 힘든 이주자의 육체노동에 그 지역 토박이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주자가 도착국(이주민이 살아가는 국가)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리란 기대감도 과도하다고 책은 본다. 이주자가 일국의 노인부양 문제를 해결하기엔 일단 이주자가 너무 적다. 독일은 노인부양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340만명이 필요한데, 이주자의 순이입률은 보통 40만명 수준이다. 일본은 더 심각하다. 2050년까지 노인부양률을 유지하려면 이입민이 5억5300만명이 필요한데, 이는 일본 인구의 4배가 넘는다.
젊고 값싼 노동력이 무한히 공급되리란 예측도 틀렸다. 개도국의 출생률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이주민도 인간인 이상 늙는다. 이주민이 노인이 되면 그들 역시 도착국의 사회보장제도 수혜자가 된다. 따라서 이주 노동자를 활용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희망은 거의 초현실적이다.
한국은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1905년 멕시코 선인장 농장, 1960년 독일 광부와 간호사 파견 등 이주노동의 역사를 선험했다. 이제 거꾸로 이주자들이 한국의 대문을 노크 중이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이주 문제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로 “자신의 나라가 이입국(이민자들이 희망하는 나라)이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정치인들이 “국경을 닫겠다”며 혐오를 선동하고, 정책자들이 “국경을 열어야 한다”는 견해를 강하게 드러내기에 앞서, 이런 희소한 사실을 조각을 모아 왜곡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라고 책은 말한다. 원제 ‘How Migration Really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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