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 박찬종 지음, 현대지성 펴냄, 1만6900원 자전거로 퇴근하다가 트럭에 깔려 한쪽 다리 잃었지만 희망 안 잃어 사이클 선수로 국가대표 도전장
한쪽 다리를 절단한 뒤 사이클 선수로 거듭난 박찬종 씨가 유튜브에서 수술 후 병원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CJ PARK’ 갈무리]
5톤 트럭 밑으로 끌려들어간 사고 당일부터,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패럴림픽 국가대표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까지. 장애인 사이클 선수로의 새 삶을 시작한 33세 저자의 에세이가 출간됐다. 2022년 9월 자전거 퇴근길에 당한 교통사고 이후 약 1년 반, 정형외과·성형외과·정신과·재활의학과 등을 거쳐야 했던 긴 치료의 시간 동안 그가 발견한 희망의 기록이다.
충분히 덤덤하고 자주 유머러스한 문체로 회복을 향한 의지, 사랑과 헌신으로 가득한 가족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이 대목에서 감동의 눈물이 조금쯤 흐르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리라. 저자는 스스로 희망을 찾아냈고, 희망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의족을 드러낸 채 보행하고, 한쪽 다리로 다시 자전거 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택했다.
한쪽 다리를 절단한 뒤 사이클 선수로 거듭난 박찬종 씨가 유튜브에서 수술 후 병원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유튜브 ‘CJ PARK’ 갈무리]
슬관절 이단술 약 8개월 만인 지난해 5월엔 의족을 한 채, 두 발로 걸어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혼자서 고통을 견딘 것은 아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약혼자의 얼굴을 떠올렸고, 30년 만에 어린 아이로 돌아간 양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았다. 소셜미디어 댓글 등을 통해 수많은 응원도 받았다. 힘이 됐던 위로는 다가올 미래를 일깨워준 친구의 메시지였다. “괜찮아 질거야. 우린 다시 스포츠도 함께할 거야” “심심할 때 언제든 카톡해”라는 말들이 그를 일상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무심함과 배려 없음, 1년 넘게 여전히 찾아오는 왼쪽 다리의 환상통 등 겪기 전엔 몰랐던 삶이 그의 앞에 놓여있다. 그러나 저자와 가족들은 다리 하나 없는 삶을, 보너스로 얻은 두 번째 삶을 잘 굴려갈 작정이다. 저자는 “왼쪽 다리를 잃은 나는 다리가 두 개이던 나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저자의 아내 영지 씨도 책 말미에 덧붙인 글에서 “장애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불행한 일이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삶이 펼쳐지는 일”이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