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의 3월, 그 때 떠올려보면 나도”…처음 학교가는 우리 아이, 불안감 없애는 법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3. 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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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앞두고 분리불안 증가
자녀가 단체활동에 참여하고
친구와 일대일 교류할수 있게
부모가 자리 마련하는 것 필요
부모와 떨어져 등교하는 법을
교실, 건물입구, 교문 등
순차적으로 익히는 것도 효과적

새 학기, 새 학년을 맞이할 때면 언제나 아이들과 부모들의 걱정이 앞선다. 올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 같은 반 친구는 잘 사귈까, 공부는 따라갈 수 있을까. 특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경우, 부부가 맞벌이일 경우 이런 걱정은 더 크게 다가온다. 오죽하면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휴직을 고민할까. ‘초등학교 1학년’은 부모와 아이 모두 큰 변화 앞에 놓이는 시기다.

초등학교 1학년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때다. 이 시기에 또래집단 내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인 발달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지표가 된다. 혹시 이 시기의 내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부모와 떨어지는 걸 극도로 불안해한다면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감정의 조절은 결국 학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홍주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아이에게 스트레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인식여부와 상관없이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시기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모르거나 간과하는 바람에 적절한 타이밍에 대응하지 못하면 가족 모두 그만큼 고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대소변 가리기, 자리에 앉아있기 등과 같은 신체 조절, 읽기·쓰기 등의 인지 발달, 기본적인 위생관리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또 부모가 아닌 낯선 어른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고 또래와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또래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도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평소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많이 읽어주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도록 하고, 단체생활의 규칙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적절한 훈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도 초등학교 1학년 때 필요하다. 학급 친구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방과 후 활동에는 아이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가 편하게 생각하는 같은 반 친구를 초대해 일대일 놀이시간을 만들어주거나 놀이터에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 노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들 중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 일대일 놀이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게 하는 게 좋다. 간혹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위축된 아이, 드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고기능 자폐증이 있는 아이의 경우는 놀이치료, 정신치료, 사회기술훈련 등이 도움될 수 있다.

성격이 밝고 에너지가 많아 친구들에게 먼저 말도 잘 걸고 쉽게 친구가 되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친구의 사소한 장난에도 크게 반응해 싸우거나 행동이 크고 거칠어서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은 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고 차례를 기다리는 법 등을 가르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면 가정에서의 행동 수정 외에 약물치료, 사회성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요즘은 ADHD나 고기능 자폐증이 아니어도 다른사람의 감정, 생각, 입장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형제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다보니 이런 사회적 인지 기능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가 적은 탓이다. 김 교수는 “이런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 아이의 기분은 어땠는지, 상대편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지, 상대편의 기분은 어땠을 것 같은지, 어떻게 행동하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거나 수줍음이 많고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처음 학교에 갈 때 불안해하면서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수업 중간에 집으로 돌아오거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 경우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큰 경우 분리불안장애로 진단받을 수 있다.

분리불안장애는 아동의 타고난 기질과 의존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부모가 불안해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부모의 자녀에게서 분리불안장애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의 양육태도도 분리불안장애에 영향을 끼치는데 아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도 부모가 과잉보호하거나 간섭하는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우,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분리불안장애 위험이 증가한다.

분리불안을 치료하려면 양육자와 떨어지는 것을 순차적으로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주엔 보호자가 교실 자리까지 함께 가고 둘째 주엔 보호자가 교실 문 앞까지 함께 가고, 셋째 주엔 보호자가 복도 입구까지 함께 가고, 넷째 주엔 보호자가 건물 입구까지 함께 가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부모나 보호자를 떠올릴 수 있거나 연결되는 느낌이 들 수 있는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것도 불안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엄마,아빠의 사진이나 인형 등을 활용해보거나 목소리를 들어야만 안심하는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주고 정말 불안하면 전화를 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런 경우에는 전화의 횟수를 조정하고 꼭 적절한 상황에서만 연락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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