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투수들은 선비다” 그런데 이 어린 선수가, 미션을 가장 먼저 풀어간다

김태우 기자 2024. 3. 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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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이로운은 당당한 승부로 미션을 풀어나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1차 캠프부터 2차 캠프 연습경기까지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 가고 있는 이로운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 투수들은 태생부터 하나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태어난다. “낮게, 낮게”다. SSG가 홈으로 쓰는 인천SSG랜더스필드는 구장 규격이 작은 편이다. 특히 좌우 폴까지의 거리가 짧다. 큰 것 한 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낮게 승부하려고 했다. 모든 지도자들이 거의 다 그렇게 가르쳤다. 문학을 홈으로 쓰는 투수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이숭용 SSG 감독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이 감독은 “우리 투수들이 조금 더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교한 제구를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너무 제구에 신경을 쓰다 투구 수와 볼넷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판단을 한다. 때로는 정면으로 승부하며 타자를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배영수 SSG 투수코치의 판단도 비슷하다. 배 코치는 “SSG 투수들은 다들 선비다”고 웃었다. 이 ‘기질’을 바꾸는 게 SSG 코칭스태프의 첫 과제였다.

플로리다 1차 캠프부터 그런 생각을 바꿔주려고 노력했다. “너희들이 공이 약하지 않다”며 자신감부터 심어줬다. 타자를 잡아내는 데 꼭 낮게, 낮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힘으로 잡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더 강하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골몰했다. 선수들의 데이터를 빠짐없이 다 봤고, 그런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그렇게 방향성을 잡아줬다. 불펜피칭부터 높은 쪽 공을 조준하고 힘 있게 던지려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 감독 부임 이후 팀에서 가장 달라진 풍경이다.

모든 투수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마다 지금까지의 진도는 분명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제를 잘 풀어나가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2년차 우완 이로운(20)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이로운은 시속 150㎞ 이상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SSG 코칭스태프는 이로운의 구위는 타자들을 이겨내기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살리길 바란다. 사실 어린 선수이기에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지만 이로운은 우등생처럼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플로리다 캠프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살을 많이 빼고 왔다. 이로운은 “데뷔 첫해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체중이 늘어났다. 데뷔 초 몸 상태로 돌아가려고 했고, 8㎏ 정도를 감량했다”고 설명했다. 굶어서 뺀 게 아니었다. 먹을 것은 다 먹고, 대신 운동량을 늘렸다. 이로운은 “감량으로 신체 밸런스가 나빠지지 않았다. 컨디션도 좋다”고 자신했다.

배 코치의 아침 얼리워크의 단골 손님도 이로운이었다. 배 코치는 하체 안정화를 주문했고, 이로운은 힘든 이 30분의 일과를 잘 따라갔다. 배 코치는 “로운이는 참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나까지 투수 출신 코치가 세 분(송신영 수석코치, 배영수 이승호 투수코치)이 있는데 모두가 다 좋다고 이야기한다”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로운이한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크게 흠을 잡을 게 없다는 만족감이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구위도 좋고, 여기에 공격적인 승부가 돋보인다. 플로리다 캠프 자체 연습경기에서 이미 최고 시속 147㎞를 찍었다. 그리고 대만에서 열린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도 역시 144~147㎞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몸이 다 풀리면 150㎞ 이상의 공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다.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공격적이다. SSG 코칭스태프가 주문했던 바로 그것이다.

▲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이로운은 2년차를 맞이해 더 체계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SSG랜더스
▲ 감량으로 더 좋은 몸 상태를 찾은 이로운은 2024년 SSG 불펜의 핵심 퍼즐로 떠올랐다 ⓒSSG랜더스

이로운의 지난해 스트라이크 비율은 60.3% 수준이었다. 그런데 연습경기에서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있다. 2월 27일 퉁이 라이온즈와 연습 경기에서는 1⅓이닝을 최고 147㎞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투구 수는 19개로 경제적이었는데 스트라이크 비율은 68.4%였다. 3월 1일 푸방 가디언즈와 경기에서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공 8개로 잡아냈다. 8개 던졌는데 탈삼진이 2개나 있었다. 최고 구속은 147㎞에 스트라이크 비율은 87.5%였다. 공격적이었고, 대만 1군 타자들이 이 공격적인 승부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로운의 보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감독은 꽤 중요한 상황에서 쓸 생각을 하고 있다. 고효준 노경은 문승원 그리고 돌아올 서진용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쓰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1~2점 지고 있는 상황, 즉 팀에 역전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쓴다는 계획이다. 이로운은 이기고 있는 상황은 물론 이런 승부처에서도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운도 올 시즌 목표가 남다르다. 지난해는 정신없이 1군 생활이 지나갔다면, 이제는 조금씩 옆 풍경을 보며 1년을 보낼 생각이다. 이로운은 “올해 3점대 평균자책점과 15홀드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면서 “조금 먼 미래에는 마무리 투수로서 팀에 기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 성장세라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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