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는 ‘빨간 하이힐’ 신고 운전하면 안되나”…그러다 ‘똥’ 밟는다 [세상만車]
루이14세·나폴레옹, 하이힐 마니아
하이힐 운전, 음주운전만큼 무섭다
발이 편해야 운전도 편해지고 안전
봄이 오는 소리는 여자의 발끝에서 시작됩니다. 겨울동안 신발장에 모셔둔 ‘여자의 상징’ 하이힐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명차에 미치고 여성들은 명품에 미친다고 하죠. 명품 브랜드가 만든 구두는 가방이나 옷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는 품목은 구두이고, 그 중 하이힐이 가장 많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섹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능미의 전설’ 할리우드 섹시스타인 마릴린 먼로도 “누가 하이힐을 발명했는지 모르지만 모든 남성들은 그 사람에게 빚을 졌다”고 말했죠.
실제로 하이힐을 신으면 섹시해진다고 하네요. 하이힐을 신으면 둔부가 약 20~30도 올라간다고 합니다.
굽이 높을수록 올라가는 각도가 늘어난다고 하죠. 나이가 들면 중력으로 몸매가 처집니다. 탄력 있는 신체 부위는 젊음, 처진 부위는 노화와 연관됩니다.
또 남녀 모두 ‘긴 다리’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는데 하이힐은 다리를 더 길게 보이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남성들은 굽이 낮은 신발 대신 하이힐을 신은 여성의 걸음걸이를 더 매력적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 미니스커트가 등장하고 불황일 때 립스틱 판매가 늘고 신발 굽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여성들은 통증과 부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싶을 때 하이힐을 신는다고 합니다.
또 사람들은 빨간색에 유혹을 느낀다고 합니다. 생물학적 주장에 따르면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사촌들에게 붉은색은 발정기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심리학에서도 남성들은 붉은색과 연관된 여성들을 더 성적으로 매력있다 여긴다고 하네요.
반대로 여성들이 동성을 평가할 때는 붉은색 효과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빨간 립스틱과 빨간 하이힐은 남성에게 자극적이라는 뜻이겠죠.
제가 야릇한 페티시(fetish) 성향을 지녔다고 오해하지는 마세요. 문화인류학 서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이힐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습니다. 프랑스 역사상 절대권력을 가졌던 ‘태양왕’ 루이 14세는 작은 키에 열등감을 느껴 굽을 높인 빨간색 신발을 신기 시작했죠.
멋이라면 황제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던 ‘따라쟁이’ 귀족들도 덩달아 하이힐을 착용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색상에서만큼은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루이 14세 전용이 된 빨간 하이힐은 선망의 대상이 됐죠. 수백년이 흐른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빨간 하이힐은 섹시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유럽을 평정했던 나폴레옹도 작은 키 콤플렉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하이힐을 즐겨 신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는 화장실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서민은 물론 귀족의 저택에도 화장실이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루이 14세가 유명 건축가, 조각가, 화가, 정원사 들을 총 동원해 20여년에 걸쳐 만든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도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당시 배설문화는 잘 사는 집에서는 ‘요강’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노상 방뇨하는 것이었죠. 길거리에 배설물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똥과 오줌을 밟지 않거나 덜 밟기 위해 땅과 맞닿는 면적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이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하이힐이 제격이었죠.
‘예절’ ‘예의’를 뜻하는 ‘에티켓’도 배설물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화장실이 없던 베르사유 궁전을 찾은 선남선녀들이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자 참다못한 정원사가 ‘대소변 금지’라는 푯말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푯말을 ‘에티켓’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땅이 울퉁불퉁해 맨발이나 샌들로 걷기 힘들었던 이 지역에서는 남자들이 외출할 때 끈으로 종아리까지 매 벗겨지지 않는 무거운 반 부츠를 즐겨 신었습니다.
땅이 질퍽질퍽한 곳이 많은 국가에서도 남자들이 부츠를 선호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부츠를 선호했습니다. 야외 원형극장에서 연극을 상영할 때 연기자는 극장 위쪽에서 관람하는 관객들이 자신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키가 커 보이는 부츠를 신었다고 합니다.
부츠는 이후 카우보이, 기병대, 공장 노동자, 폴로 선수, 사냥 등 남성들의 다양한 직업과 생활양식에 따라 디자인과 소재가 변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양털부츠도 원래는 호주, 뉴질랜드 지역 남성들이 서핑할 때 발의 보온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었습니다.
하이힐과 부츠 모두 남성용에서 여성용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킨 셈입니다.
사실 빨간색 하이힐에 섹시함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직접 신고 싶어하는 남성들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한 구두공이 “하이힐을 신으려면 윗다리로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해서 등 근육이 긴장되기 때문에 활력이 넘치고 짝짓기를 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죠.
하이힐의 성적 매력을 문화인류학자 못지않게 날카롭게 분석한 셈입니다.
참고로 저도 하이힐을 신어본 적이 있습니다. 군기 바짝 든 이병 때 강제적으로 나간 ‘미스 공병 선발대회’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서 미군 위문공연 때 나오던 ‘여장 남자’ 분장을 한국에서 제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같으면 난리 났을 겁니다.
누군가 어렵게 구해온 빨강 킬힐과 그물무늬 스타킹을 신었는데, 키가 확실히 커 보이더군요. 30분 남짓 하이힐 신은 채 춤추고 요염(?)하게 서 있었습니다.
구겨 넣은 발가락과 뒤틀린 허리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지만 포상휴가 보내준다는 유혹에 꾹 참았습니다.
하이힐뿐만이 아닙니다. 등산화, 트레킹화, 통굽신발, 샌들, 슬리퍼 등도 운전할 때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레킹화를 신고 운전하다 뒷좌석에 탄 가족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평소대로 운전해 잘 몰랐지만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운전할 때보다 페달을 급하고 과격하게 밟아 멀미가 난다고 하더군요.
밑창이 두껍고 딱딱하다보니 발 감각이 둔해진 결과입니다. 트레킹화보다 하이힐은 더 위험합니다. 하이힐은 운전자에게 ‘독’입니다. 자칫 음주운전만큼 참혹한 사고를 일으킵니다.
하이힐은 굽이 높고 바닥이 딱딱해 운전 감각을 잃게 만듭니다. 페달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발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나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때 방어운전도 어렵게 합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죠.
슬리퍼나 샌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하지만 페달을 밟을 때 미끄러져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기, 진흙, 모래 등이 묻었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패션 코디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이 예쁜 드라이빙 슈즈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비쌉니다. 일부러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있는 신발 중 밑창이 얇고 부드러운 신발을 운전용으로 신으면 됩니다.
편하지만 바닥이 닳아 미끄러운 신발이 있다면 아주 얇은 미끄럼 방지 밑창을 덧대도 괜찮습니다. 구두 수선점에서 3만~5만원 정도에 갈아주더군요.
신발이 페달 밑에 끼게 되면 급정지 등 비상상황 때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따로 보관해두는 게 낫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쉐포레 스파크, 기아 레이에는 신발이나 소품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 트레이가 동승석이나 운전석 뒤쪽에 있기도 합니다.
공간 활용도가 우수한 전기차에도 신발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움직이는 콘솔인 유니버셜 아일랜드에는 하단 트레이에 신발이나 핸드백 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힐은 오래 걷거나 일을 할 때 신는 게 아니다. 결정적 순간에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신발이다”
여자든 남자든 하이힐은 결정적 순간(?)에 신으시고 운전할 때는 잠시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달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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