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이치로 이후 첫 대업 도전하나… 방망이에 이것까지, 누가 수비만 좋다고 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의 핵심 선수로 거듭난 김하성(29‧샌디에이고)이 이번에는 방망이가 아닌 발로 상대를 괴롭혔다. 안타를 치지는 못했으나 베이스 위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며 사실상 팀 득점을 홀로 만드는 원맨쇼를 펼쳤다. 김하성의 장기가 단순히 수비와 공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활발한 주루 플레이는 김하성의 컨디션이 지극히 정상 궤도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김하성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 경기에 선발 5번 유격수로 출전했다. 김하성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다섯 번째 경기였고, 지난 네 경기와 마찬가지로 역시 5번 타순에 위치하며 올 시즌 정규시즌 타순 조정을 또 한 번 시사했다.
지난 네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한 김하성이었다. 아쉽게도 2일에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이날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은 끊겼다. 그러나 지난 네 경기에서 잠시 봉인했던 빠른 발을 보여주며 팀 득점에 공헌했다. 김하성의 폭풍 질주에 경기장을 메운 팬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잰더 보가츠(2루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김하성(유격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호세 아소카(중견수)-팀 로카스트로(지명타자) 순으로 타순을 꾸렸다. 매니 마차도가 빠지고, 캄푸사노가 4번에 들어갔으며 김하성은 계속 5번 타순을 지켰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스플릿 스쿼드 데이였다. 선수단을 반으로 쪼개 두 경기를 치르며 여러 선수들을 고루 점검했다. 김하성은 주전조가 묶인 홈 경기에서 이날 경기를 치렀다.
김하성은 0-1로 뒤진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리드 디트머스를 상대했다. 디트머스는 2022년에는 25경기 7승6패 평균자책점 3.77, 지난해는 28경기에 나가 4승10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한 투수다. 에인절스 선발 로테이션의 후보 중 하나다. 김하성은 그런 디트머스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질긴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3B-1S 상황에서 5구째 공이 김하성의 몸쪽을 파고들며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공이 너무 빠졌다. 일찌감치 타격을 포기한 김하성은 공을 잘 피하며 1루로 걸어나갔다.
김하성은 발에 시동을 걸었다. 후속 타자 프로파 타석 때 2구째 바로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스타트 자체가 좋았고 김하성은 힘껏 스피드를 올렸다. 뛰는 도중 한 차례 홈을 쳐다 보기도 하는 등 나름 여유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순간 완벽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먼저 들어갔다. 포수 로건 오하피의 대응도 사실 좋았다. 군더더기 없는 스로잉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스피드가 대단했다. 2루에서 충돌이 있어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김하성은 특별한 문제 없이 다음 상황을 준비했다.
김하성은 곧바로 3루에도 욕심을 냈다. 디트머스의 투구폼을 완벽하게 읽은 듯했다. 디트머스가 투구에 들어갈 무렵 빠르게 3루로 뛰었다. 사실 시범경기에서 김하성만한 주전 선수가 3루 도루까지 시도하는 건 드문 일이다. 에인절스 배터리도 예상을 못했다. 디트머스의 투구폼부터가 그랬다. 김하성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스타트를 끊는 순간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포수 오하피가 당황했다. 김하성을 잡기 위해 서둘러 3루로 공을 던졌지만 급한 상황에서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다. 3루수 글러브 대신 외야로 공이 빠져 나갔다.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김하성은 상황을 파악한 뒤 다시 홈으로 달려 득점에 성공했다. 헬멧은 또 벗겨졌지만, 김하성을 위협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하성이 볼넷, 도루 2개, 상대 실책으로 안타 하나 없이 홀로 득점을 만든 셈이었다. 솔로홈런급 활약이었다.
김하성은 이후 안타를 만들지는 못했다. 3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한 김하성은 좌완 맷 무어의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상대 구종을 예상하지 못한 듯 높은 쪽 공에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아쉽게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김하성은 6회 수비를 앞두고 경기에서 빠지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까지 시범경기 5경기에서 타율 0.444(9타수 4안타), 출루율 0.615, 장타율 0.556, OPS(출루율+장타율) 1.171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이날 도루 2개를 더했다. 삼진 2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4개를 골라 눈야구도 과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컨디션 속에 개막 시리즈를 준비하는 양상이다. 김하성은 자신의 오랜 홈구장이었던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3월 20일과 21일 열리는 LA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 40도루도 가능하다? 공‧수‧주 완벽한 유격수는 2억 달러 가치 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29‧샌디에이고)은 2021년 첫 시즌 제법 혹독한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거쳤다. 김하성은 KBO리그에 있던 시절 팀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 여기에 거의 매일 바뀐 포지션 등 주위의 환경이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런 김하성은 2022년부터 하나둘씩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운도 조금은 따랐다. 팀의 주전 유격수이자 간판 스타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2022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시즌 전 오토바이를 타다 다쳤고, 스프링트레이닝을 앞두고 받은 구단 신체검사에서 손목 골절이 발견됐다. 손목 재활이 끝날 때쯤에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징계까지 소화하느라 한 시즌을 날렸다. 김하성은 이틈을 타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안정적인 출전 시간에 익숙한 포지션이었다. 김하성은 우선 수비에서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력이었다. 각종 수비 지표에서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선두를 다퉜다. 결국 시즌 뒤 골드글러브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최종후보 3인에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김하성은 수비를 잘한다’는 인식이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김하성은 그 다음 공격에서도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2021년 117경기에서 타율 0.202, 출루율 0.270, 장타율 0.352, OPS(출루율+장타율) 0.622, 8홈런, 34타점에 그쳤다. OPS는 비교군 평균 대비 27%나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였다. 하지만 1년의 적응에 안정된 출전 시간까지 확보한 김하성은 이후 공격에서도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2022년 150경기에서 타율 0.251, 출루율 0.325, 장타율 0.383, OPS 0.708, 11홈런, 59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활약했다. 이 기간 OPS는 리그 비교군 평균 대비 5% 높았다. 공격에서도 평균 이상의 선수가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더 좋았다. 152경기에서 타율 0.260,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 0.749, 17홈런, 60타점, 84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OPS는 리그 비교군 평균 대비 10% 더 좋았다. 향상된 공격력에 아시아 내야수로는 첫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까지 따냈으니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또 있다. 김하성의 도루 개수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뛰는 야구와 공격적인 야구를 장려하기 위한 두 가지 대책을 내놨다. 우선 견제 제한이다. 투수는 타석당 주자에 두 번 이상 견제를 할 수 없다. 만약 두 번 견제를 당했다면 상대 투수는 견제를 할 수 없기에 주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물리적인 베이스 크기도 커졌다. 예전 같았으면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 될 상황이, 세이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당장 발 빠른 주자들이 신이 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기록적으로 도루 개수가 늘어났다.
김하성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김하성의 도루 개수는 2021년 6개, 2022년 12개였다. KBO리그 시절부터 크게 떨어졌다. 출루가 줄은 탓도 있지만, 도루에 그렇게 신경을 안 쓰는 메이저리그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지난해 무려 3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리그에서 도루 개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선수 중 하나로 뽑혔다. 잠시 봉인했던 자신의 도루 본능을 되살린 것이다.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는 손에 꼽힐 수준이었다.
지난해 감을 잡은 만큼 올해 더 많은 출루가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40개의 도루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 선수 역사상 마지막 40도루는 스즈키 이치로의 2011년이다. 당시 이치로는 40도루를 달성했다. 다만 이후로는 나이가 들어 도루를 자제하며 30도루 이상 시즌을 만들지 못했다. 2012년 아오키 노리치카가 30도루를 기록했지만, 김하성이 지난해 38도루를 기록하며 이 기록은 깨뜨렸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김하성을 스카우트할 때 호평을 했던 부분 중 하나는 운동 능력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운동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주루도 그중 하나였다. 올해 유격수로 돌아온 김하성이 지난해 수준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수비력을 유지하고, 40개의 도루를 해낼 수 있다면 이적시장에서의 가치는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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