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원 해촉에 제동 건 법원···“류희림 ‘청부민원’ 문제제기는 공공 이익에 부합”[판결돋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을 재가했던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이 법원 결정으로 41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의 해촉 사유는 ‘비밀유지 의무 위반’.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가족·지인을 시켜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 보도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냈다는,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기자들에게 이를 설명한 것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지난 27일 김 위원의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김 의원의 해촉 사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다수 언론이 ‘청부민원’ 의혹을 상세히 보도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의혹이 사실이면 방심위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쳐 김 위원의 문제 제기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방심위원의 직무 등을 고려하면 해촉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일 법원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사실무근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말부터 여러 언론이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해 왔는데, 이는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 내용과 민원인을 상대로 한 취재 결과에 기초한 것이어서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거나 단순한 의혹 제기에 불과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나아가 “의혹이 사실일 경우, 류 위원장이 심의를 요구한 인물이 사적 이해 관계자라는 사실을 신고하거나 회피 신청하지 않은 채 방심위 전체회의에 참여한 것은 방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할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방심위의 설치 목적이나 직무 내용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임의로 방심위원을 해촉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대통령이 방심위원을 해촉하는 것을 단순히 ‘계약 해지’로 보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에 규정된 면직사유를 폭넓게 해석해 임의로 방심위원과의 공법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본다면, 방통위법이 방심위원의 신분을 보장한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라며 “방심위원과 대한민국이 체결한 공법상 계약의 해지 사유가 발생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법원은 김 위원이 비밀유지 의무나 성실 의무 등을 위반하지 않아 “해촉 통지가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이 취재 기자들에게 의혹 관련 문건을 배포하기 전에 다수 언론이 이미 청부민원 의혹 내용을 공개한 터였으니 문건이 공개된다고 해도 방심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조사 중인 국민권익위원회의 향후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권익위에 신고를 접수한 제보자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결정문에 따르면) ‘청부민원’ 의혹은 사실무근이 아닐뿐더러 공익성이 큰 문제로 진상규명이 방심위 업무방해로 폄훼되고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결정문 취지만 봐도 청부민원 신고는 공익신고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므로 철저한 신고자 보호와 신고내용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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