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강대강 대치할 일 아냐"...의대 교수들, 재차 중재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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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을 놓고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사법 처리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재차 중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대강 대치' 분위기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의대 증원 방침은 유지하되 그 규모와 시기에 대해 유연하게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날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한희철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의 우려처럼 '지금이 마지막 기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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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을 놓고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사법 처리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재차 중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대강 대치' 분위기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의대 증원 방침은 유지하되 그 규모와 시기에 대해 유연하게 협력하자는 것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원성을 듣는 총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성명문을 발표했다. 오는 4일 교육부의 의대 증원 신청 기한을 앞두고 각 대학에 제출 거부를 촉구한 것이다.
협의회는 "의과대학 정원 수요는 의대 학생 교육을 위한 대학의 교육역량 평가, 의대 교수들의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며 "지난해 각 대학에서 제출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는 이러한 필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의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명서는 "교육부에서 정한 시한까지는 상기한 필수적인 절차를 밟을 시간도 없으므로 '3월 4일까지는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대학 총장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일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역시 지난달 26일 의대 증원 신청 기한을 연기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교육부와 각 대학에 발송한 바 있다.
"의대증원은 '강대강 대치할 일'도, '마지막 기회'도 아니다"
최근엔 의료계 인사와 의대 및 경제·법학과 교수가 한목소리로 같은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긴급 토론회에서다.
이날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한희철 교수는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할 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의 우려처럼 '지금이 마지막 기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의대 정원 10% 이상의 급격한 증원은 향후 급격한 감원을 동반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문제는 단순히 의사 부족 여부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와 자녀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때문이란 지적이다. 현 정책으론 2050년대 중후반엔 우리 사회가 의대 감원 문제로 또 한차례 홍역을 겪을 수 있단 전망이다. 아울러,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되는 의학교육 환경 역시 당장의 급격한 증원도 소화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 교수는 "장기적 시점에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따라서, 교육 현장이 당장 수용 가능한 수준인 현 의대 정원(3038명)의 10% 정도(350명 내외)를 내년도에 우선 증원하고 이후 계획은 차분히 수립하자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정부, 의료계, 의대 등이 함께 하는 연구·정책기구를 설립하자고도 덧붙였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추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매년 2000명의 의사가 늘어나면 2040년까지 국내 의료비는 기존 추계보다 30조 원가량 증가(386조→414조 원)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의 전공의 과다의존 등 내부가 곪아 있는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는 놔두고 의대만 증원한다면 한국 의료 붕괴를 앞당기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우 원장은 "단순한 의대 증원 정책을 넘어 수가체계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조정 등을 통해 노인의료비 대응에 성공한 일본의 관련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는 "적어도 4배수의 수험생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기에, 2000명을 증원하면 매년 8000명이 의대 입시를 준비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인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이 새어나가는 '모래주머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와 의료계, 대학계가 적정한 증원 규모를 합리적으로 숙고하고 의료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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