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마취제·산소통·인공호흡기까지 막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마취제, 산소통, 인공호흡기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의 반입까지 막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미국 CNN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인도주의 단체와 각국 정부 관계자 20여 명을 인용,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과 관련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마취제, 마취 기계, 산소통, 인공호흡기, 정수 시스템, 대추야자, 침낭, 암 치료 약, 출산용품 키트 등은 이스라엘이 가장 자주 반입을 거부한 물품으로 지목됐다. 이들 물품의 반입이 금지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이집트와 맞닿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국경 검문소를 찾은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지부 대표 잔티 소립토는 이스라엘 측이 반입을 거부한 물품 중 장난감, 침낭, 생리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난감은 골판지 상자가 아닌 나무 상자에 들어 있다며 반입을 금지됐고 침낭은 지퍼가 있다는 이유로, 생리대는 키트에 손톱깎이와 함께 담겨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거부됐다고 소립토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방해하기 위한 장벽이 있는 수준”이라며 “이는 처음 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메릴랜드)도 이스라엘이 반입을 막은 품목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주거나 이중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간주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이들 물품 중 하나라도 실은 트럭의 통관이 거부되면 전체 트럭(행렬)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그 과정은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발생한 ‘구호 트럭 참사’로 이스라엘의 이 같은 구호품 반입 제한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 10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스라엘 측은 구호품 반입이 2008년 지정된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 지역을 봉쇄하고 1년 뒤에는 군사적 목적 등 이중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의 반입을 금지했다.
일부 화학 물질, 콘크리트, 쌍안경 등이 반입 금지 목록에 오른 주요 품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과 접촉한 한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는 COGAT가 더는 그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3주 뒤 “그들(이스라엘)은 (반입 금지) 목록이 이번 상황에서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목록을 완전히 무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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