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홈런 아니어도 무섭네, 땅볼로 '플래티넘 골드글러버' 뚫었다…맞은 투수는 "공이 필드에 있어 다행"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올 봄 두 번째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라이브배팅 출발이 늦었고, 시범경기도 조심스럽게 출전하고 있지만 타격 컨디션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기록했고, 안타 하나는 플래티넘 골드글러버의 수비를 뚫는 강한 타구였다.
오타니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2024 메이저리그' 캑터스리그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올해 시범경기 두 번째 출전이자, '깜짝 결혼 발표' 후 첫 등장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이 경기에서 3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 하나와 볼넷 2개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장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한 타구로 내야를 뚫는 안타를 만들었다.
#다저스 선발 라인업
무키 베츠(2루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오스틴 반스(포수)-미겔 로하스(유격수)-미겔 바르가스(좌익수)-크리스 오윙스(3루수),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
#클리블랜드 선발 라인업
스티븐 콴(좌익수)-호세 라미레스(3루수)-조시 네일러(1루수)-라몬 로레아노(중견수)-안드레스 히메네스(2루수)-가브리엘 아리아스(유격수)-윌 브레넌(우익수)-오스틴 헤지스(포수)-데이비드 프라이(지명타자), 선발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
다저스의 자랑 'MVP 트리오'가 상위 타순을 꽉 채웠다. 베츠와 오타니, 프리먼이 나란히 1~3번 타순에 배치됐다. 오타니는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이때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얻었다. 두 차례 파울로 안타를 치고 나가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6구째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서 볼넷이 됐다.
3회 1사 2루 두 번째 타석에서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다. 오타니의 기술적인 타격, 그리고 강력한 스윙이 만든 안타였다.
오타니는 타일러 비드의 몸쪽 조금 높게 들어온 공을 당겨서 빠른 타구를 만들었다. 2루수 안드레스 히메네스가 몸으로 따라갔지만 글러브로 막아내지 못했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함께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를 받은 수비 달인. 이런 특급 2루수도 오타니의 3회 타구는 당해낼 수 없었다.
이 타구는 안타로 기록됐다.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를 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던 크리스 오윙스가 오타니의 안타에 득점했다. 다저스의 선취점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오타니는 5회 2사 2루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다시 이어진 비디와 승부, 결과는 풀카운트에서 볼넷이었다. 오타니는 출루 후 대주자 트래비스 스웨거티로 교체됐다.
이날 경기 후 오타니는 취재에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인 비디가 일본 취재진과 만났다. 비디는 "스플리터는 도고 쇼세이(요미우리)에게 배웠다"고 밝혔다. 오타니에게 맞은 안타에 대해서는 "공이 필드 안에 있으면 괜찮다"며 홈런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기는 다저스의 6-4 재역전승으로 끝났다. 다저스는 1-4로 끌려가던 8회 벤치 멤버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1사 후 드루 에반스의 안타가 역전의 불씨로 이어졌다. 2사 2루에서 브렌든 데이비스가 적시타를 때렸고, 이어 알렉스 프리랜드의 중전안타와 조 베트라노의 볼넷이 나오면서 2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오스틴 구티에르가 우중간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면서 점수가 뒤집어졌다.
#오타니 시범경기 출전
2월 28일 vs 화이트삭스 3타수 1안타(홈런) 1삼진
3월 2일 vs 클리블랜드 1타수 1안타 2볼넷
2경기 4타수 2안타 1홈런 2볼넷 타율 0.500 OPS 1.917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 개막전 참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빠른 재활 속도로 스프링캠프 전부터 스윙 훈련을 시작했고, 다가온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개막 시리즈 참가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시범경기 출전은 다소 늦었으나 개막 전까지 라이브 배팅과 시범경기 참가 등으로 50타석만 채우면 실전 감각은 다 회복할 수 있다고 봤고 그 계획에 맞춰 일정을 조절하고 있다.
대망의 첫 시범경기 출전은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였다.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병살타를 쳤지만 교체 직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스타성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6구째 공이 가운데 몰리자 밀어서 장타를 뽑아냈다. 타이밍이 약간 늦기는 했으나 타구에는 힘이 있었다. 공을 끝까지 밀어내며 타구에 힘을 실었고, 이 공은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투런포로 이어졌다.
오타니는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분명 타석에서의 느낌이 좋았다.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프링트레이닝 경기였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시즌을 준비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 기사마다 "결혼 후 첫 경기"…슈퍼스타의 숙명인가
한편 2일 오타니의 경기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들은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그의 결혼 소식을 언급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29일 오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혼 소식을 전했다. 1일 취재 대응 때 결혼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테니 양가에 허가받지 않은 취재는 삼가달라는 친절한 경고가 뒤따랐다.
1일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배우자는 일본인이다. 매우 보통 사람이다"고 소개했다. 또 '얼마나 알고 지냈나'는 질문에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처음 만난 지는 3~4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결혼 사실을 먼저 자신이 공개한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타니는 웃는 얼굴로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언론)이 시끄럽다"며 "안 하면 시끄러울 것 같았다. 오늘 우선 여기서 발표하고 야구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 사실은 밝히면서도 배우자의 신상이나 배우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 글래스노 서울행 준비 이상 없다, 3이닝 5K 무실점
다저스는 타일러 글래스노를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서울 개막 시리즈 선발투수로 염두에 두고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글래스노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뒤 곧바로 5년 1억 3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한 선수다. 잦은 부상 경력 탓에 지금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경기 이상인 21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여기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53을 남겼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선 경기는 지난달 25일 LA 에인절스전. 글래스노는 여기서 1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인 2일 클리블랜드전에서는 위력을 되찾았다. 3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고 탈삼진 5개를 기록하면서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MLB.com에 따르면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의구심을 지우는 투구였다"며 글래스노의 투구를 호평했다. 글래스노는 "리듬에 신경 썼다. 이제 경쟁모드에 들어갔다"며 "모든 것이 때에 맞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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