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와르디올라 K리그2 침공'… '최약체' 천안, 2부 잔뼈 굵은 부천 3-1로 제압하며 1R 깜짝승
(베스트 일레븐=부천)
예상을 뒤집은 와르디올라의 승리였다. 작년 최약체였던 팀이 강호로 여겨지는 팀을 개막전부터 제압했다.
2일 오후 2시, 부천에 위치한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4 1라운드 부천 FC 1995-천안시티 FC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3-1, 약체로 여겨졌던 천안의 승리였다. 천안은 전반 17분 윤재석, 후반 38분 이광진, 후반 종료 직전 파울리뇨의 연속골로 전반 38분 최재영이 한 골을 넣은 부천을 원정에서 제압했다.
꽃샘추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날씨였다. 표기상 온도는 영상이나 부천 종합운동장에 자리한 공기와 부는 바람은 사실상 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몸을 꽁꽁 싸매고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달리 경기의 템포는 상당히 빠르게 끓어올랐다.
전반 7분, 부천이 시작부터 날카로운 세트피스를 만들었다. 바사니의 왼발 킥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감겨 들어갔고, 센터백 서명관의 헤더가 천안의 골대를 때렸다. 이후 상황에서 루페타가 재차 슛을 시도했으나 제종현 천안 골키퍼가 막아냈다. 세트피스에 상당한 무게감을 두는 듯해 보이던 부천이 경기 초입부터 묵직한 장면을 만든 순간이었다.
부천의 공격은 계속해서 매서웠다. 전반 13분엔 바사니가 페널티박스 앞에서 침착하게 각도를 재고 슛을 시도했다. 천안 센터백 이웅희의 막아서기가 아니었다면 위험한 장면이었다. 천안은 이 시점까지 역습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형국이었다.
첫 골은 천안 쪽에서 터졌다. 전반 17분,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윤재석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천안은 부천 페널티박스 안으로 우당탕거리며 진입했고 몇 차례 슛 시도 끝에 윤재석에게 기회가 왔다. 윤재석은 퍼스트터치로 볼을 좋은 곳으로 보내둔 뒤 정교함과 힘을 고루 실은 슛으로 팀에 기쁨을 안겼다. 김형근 부천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하기 어려운 각도였다.
전반 28분엔 천안에 안 좋은 징조가 보였다. 지난 시즌 10골로 천안의 킬러 노릇을 했던 모따가 어떤 충돌도 없이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후 모따는 다리를 절뚝이며 피치를 빠져나갔다. 일단 나갔다 들어온 뒤 조금 더 뛰어보려는 듯했다. 잠시 뒤 모따는 경기장에 복귀했다.
전반 34분, 천안에 진짜 악재가 발생했다. 준족 정석화가 허벅지 뒤쪽을 만지며 더 뛰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왼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모따가 아닌 정석화가 그라운드에서 빠져나가게 됐다. 천안 벤치에서는 정석화를 대신할 선수로 2001년생 허승우를 택했다. 그러나 허승우가 들어가기 전, 부천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38분, 카즈가 측면으로 벌려준 볼을 한지호가 받아냈다. 이후 한지호가 하프스페이스로 질주하는 정희웅을 향해 볼을 눌러줬고, 정희웅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최재영은 논스톱슛으로 상황을 처리했다. 천안의 미드필더와 디펜더는 최재영이 파고든 사이 공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부천의 동점골과 함께 대기하던 허승우는 비로소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엔 바사니의 왼발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정말 날카로운 궤적이었다. 바사니의 킥 감각이 최고조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후 부천과 천안의 전반전은 1-1로 마무리됐다.
후반 2분엔 '부천 루카쿠' 루페타가 정면에서 터닝슛을 시도했다. 날렵했던 동작은 천안의 골문을 다시금 위협했다. 천안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후반 12분, 파울리뇨가 우측 하프스페이스로 빠져들어 슛을 날렸다. 파울리뇨의 슛은 김형근 부천 골키퍼가 쳐냈다.
후반 12분, 부천이 골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루페타가 제종현 천안 골키퍼가 나온 틈을 타 공의 아래 부분을 차 공중에 띄워 보내는 슛을 시도했다. 모두가 골인 줄 알았고, 슛을 시도한 루페타 역시 셀레브레이션을 시도하는 동작을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볼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루페타는 뒤늦게 공을 마무리하기 위해 문전으로 질주했지만, 볼을 회수하는 건 제종현 골키퍼가 빨랐다. 셀레브레이션을 나중에 하고 집중하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후반 15분, 부천이 선수를 교체했다. 루페타가 빠지고 최병찬이, 한지호가 빠지고 안재준이 들어갔다. 승리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 부천의 교체였다. 안재준이 들어가자 기대감이 일었다. 2023시즌 K리그2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안재준은 부천의 작년 최다 득점자였다. 이에 맞서 천안도 선수를 교체했다. 후반 17분 윤재석이 빠지고 미드필더 김성준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승부의 균형추를 흔들 이날의 세 번째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부천은 후반 32분 김선호를 빼고 박형진까지 넣으며 승점 3점을 모색했다. 천안 역시 파울리뇨와 모따를 앞세워 원정 승리를 노렸다. 후반 37분엔 부천이 마지막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정희웅이 빠지고 황재환이 들어갔다. 최재영을 대신해서는 송진규가 땅을 밟았다.
선수 교체로 어수선한 틈이었다. 천안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38분, 천안이 롱킥을 앞세운 세트피스를 선보였다. 장신의 모따가 볼을 잘 떨어뜨렸고, 부천이 센터백 서명관이 헤더로 볼을 걷어낸다는 게 천안의 미드필더 이광진에게 향했다. 이광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이 잔뜩 실린 슛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날아간 슛이라 부천은 장면의 끝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남은 시간, '와르디올라' 김태완 감독의 천안은 잘 버텼다. 부천은 홈팬들 앞에서 파상공세로 골문을 두드렸으나 신형민·이웅희·김성준 베테랑을 중심으로 구성된 천안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제종현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도 부천을 좌절케 했다.
경기 막판엔 오히려 천안이 한 골을 추가했다. 파울리뇨가 역습에서 마무리했다. 결국 경기는 천안의 3-1 승리로 마무리됐다. 김태완 감독은 K리그2 강호로 여겨지는 부천을 개막전부터 낚으며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반면 부천은 세밀한 경기를 운영했으나 경기력과 결과를 연결하지 못하며 홈 개막전에서 패배의 쓰라림을 겪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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