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 없다' 이정후, 이번엔 153㎞ 공략-3G 연속 안타... 타율은 무려 0.444 '그것도 아버지 보는 앞에서'
이정후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MLB 시범경기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전날 첫 홈런을 때려내며 멀티히트 맹활약하더니 이날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중간 성적은 타율 0.444(9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이다. 출루율은 0.444, 장타율은 0.889, OPS(출루율+장타율)는 1.333에 달한다.
이날 활약은 더 특별했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로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이종범 코치가 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어 상대 팀에서 뛰는 이정후의 활약을 지켜봤다.
샘슨에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3회말 다시 선두타자로 나섰지만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5회말 안타가 나왔다. 이정후는 바뀐 투수 콜 윈을 상대로 시속 95마일(약 153㎞)의 빠른 공을 때려냈다. 0-2로 불리한 볼 카운트였음에도 이정후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러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마이클 콘포토의 안타로 2루를 밟은 이정후는 후속타 불발로 득점을 추가하지는 못했고 6회말 타석 때 도노번 월턴과 교체됐다. 경기에선 샌프란시스코가 11-5로 이겼다.
KBO리그에서 통산 타율 1위(0.340)을 기록하며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이정후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6년 1억 1300만 달러(1509억원)라는 아시아 역대 최고 몸값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이정후의 타격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정후의 타격 능력에 있어서는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뎁스 차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격력에서는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수비도 평균 이상으로 해줄 것으로 나왔다.
MLB닷컴은 앞서 "올해도 상위권 해외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콘택트형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이 있다"며 "25세의 좌타자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경쟁에서 10위권, 내셔널리그에서는 5위 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후가 신인상을 수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에 대한 유일한 걸림돌은 그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라는 점"이라며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 KBO 리그의 수준은 트리플A와 더블A 사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지난해 13승 투수 조지 커비의 변화구를 정확히 공략했던 이정후는 빅리거들의 빠른 공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1일 경기에선 라인 넬슨을 상대로 81.6마일(131.3㎞) 커터를 공략해 2루타를 뽑아냈고 3회초엔 94.3마일(151.8㎞) 빠른 공을 때려내 시속 109.7마일(176.5㎞)의 발사각 18도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날은 더 빨랐다. 153㎞ 빠른공을 때려 다시 한 번 안타를 만들어냈다. 연일 그를 향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데뷔전을 치른 뒤 밥 멜빈 감독은 "오래 기다렸다"며 "조금 늦어졌는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하는 게 제 눈엔 꽤나 좋아보였다"고 칭찬하더니 1일 홈런을 때려낸 그를 향해서는 "그가 좋은 출발을 했다. 그렇지 않나. 패스트볼, 변화구,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날 홈런 후에는 "LEE가 인상적인 418피트(127m) 홈런을 날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이정후는 파워보다는 컨택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25세 중견수는 이날 오후 인상적인 홈런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팀 동료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는 "그는 배트를 잘 다루고 빠르고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내 생각엔 정말 좋을 것 같다"며 "힘든 타격을 하고 출루하는 것 같이 라인업의 상위권에서 뛰어난 역동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배트를 컨트롤할 수 있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으며 타석에서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팻 버렐 코치는 "그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하루를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그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까지 감탄했다.
MLB닷컴은 전날 멀티히트 활약에 대해 "이정후는 세 타석에서 모두 강한 컨택트를 보였다. 그를 처음 본 투수들은 패스트볼을 쉽게 통과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 투수 넬슨은 "이제 그가 꽤 좋은 타자라는 걸 안다. 나는 그에게 2-1 패스트볼을 중앙으로 던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꽤 게으른 패스트볼을 상대로 그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이정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전날 홈런으로 장타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지웠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가 KBO리그를 떠나 MLB 수준의 투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배트 투 볼 기술로 가장 잘 알려진 선수가 예상보다 약간 더 많은 장타력을 갖고 있다는 힌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정후다. 그를 향한 우려의 시선들을 실력으로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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