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 잃은 양평 ‘함왕혈’…비운의 비지정 문화재

황선주 기자 입력 2024. 3. 2. 13:01 수정 2024. 3. 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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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부족… 기념물 지정 못 받고
표지석·안전 펜스 철거, 훼손 방치
종친 반발… 양평군 “법 따라 진행”
함왕혈로 올라가는 사나사 계곡의 모습. 황선주기자

 

양평군이 옥천면에 있는 '함왕혈'이 훼손됐음에도 비지정 문화재란 이유로 방치하고 있어 종친과 주민 등이 반발하고 있다.

2일 양평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옥천면 용천2리 산 27 사나사 입구의 함왕혈이 파손된 채 발견됐다.

이 유적은 계곡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이곳에서 함씨 시조인 성주 함왕이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부족사회가 번창하던 시절 함왕혈 부근에 살고 있던 함씨족은 지도자가 없어 고심하다 지도자를 선정해달라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어느 날 함왕혈에서 튼튼하고 총명한 눈동자를 가진 옥동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해당 유적은 이전까지는 유적임을 알리는 표지석과 안내판, 유적을 보호하는 안전펜스 등이 설치돼 ‘혈’의 원형이 보존돼 있었지만 훼손 사실이 발견된 당시에는 시설들은 모두 철거돼 있었고 혈도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양평군 옥처면 산 27 일대의 함왕혈. 황선주기자

함왕혈은 원삼국시대 축성된 것으로 확인돼 경기도기념물 제123호로 지정된 인근 함왕성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성지와 일괄 관리돼 왔다.

하지만 고증 부족 등으로 학술적 가치가 규명되지 않으면서 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했고 군이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해 왔다.

함왕혈은 유적과 관련된 종친과 유적이 위치한 토지를 소유한 종친 사이에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 돼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 갈등이 깊어지면서 토지를 소유한 종친 측이 군에 시설 철거 등을 요청했고 군은 비지정 문화재인 데다 사유지에 있다는 이유로 표지석과 안전펜스 등의 철거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함왕혈도 상당수 훼손돼 원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안전펜스가 철거된 뒤의 모습. 황선주기자

함왕의 후손인 함씨 종친 측은 “유적이 훼손된 점도 안타까운데 군이 유적 철거를 허용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향토문화 전문가 박모씨도 “1천700년간 양평인의 성지로 불려 온 ‘함왕혈’의 보존 가치를 무시하고 유적과 관련 시설이 훼손했다. 현장 조사와 복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군이 함왕성지를 군 문화재로 등재시키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왕혈이 비지정 문화재지만 양평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유적이라고 판단해 함왕성지, 사나사, 함씨각, 함왕봉, 함왕골, 강상면 거북상 등과 함께 총괄 보존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토지주인 종친 측 요청이 있었다. 지정 문화재가 아니어서 관련 부서가 관련 법에 따라 철거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주 기자 h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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