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추천’으로만 추려진 공수처장 후보···현 정권 민감 사안 수사 이끌 수 있을까

강연주 기자 2024. 3.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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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8차 회의에서 판사 출신인 오동운(왼쪽) 법무법인 금성 파트너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이명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2명 모두 여권 추천 인사인 것을 두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여러 건 수사하는 공수처를 이끌 후임 공수처장이 수사를 독립적으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차제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8차 회의에서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55·사법연수원 27기)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59·연수원 22기)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로 의결했다. 지난해 11월8월 첫 회의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공수처는 한 달 넘게 처장과 차장이 없는 ‘지휘부 공백’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 2인 모두 여권 추천 인사라는 점이다. 현 정부가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사건이 몰린 공수처 특성을 고려하면 후임 처장이 누가 되건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공수처에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얽힌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손준성 검사와 현직 검사들이 연루된 ‘고발사주’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4개월 동안 운영돼 온 추천위가 막판에 ‘벼락치기’로 후보군을 추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초 추천 위원들은 8차 회의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까지 추천하려는 새 후보자를 사전에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회의에 앞서 위원들 각자 최소한의 후보자 검증을 한 뒤 표결에 들어가자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 위원과 법원행정처장 모두 8차 회의 당일에야 새 후보자를 공개하고 곧장 표결에 부쳤다. 더불어민주당 측 추천 위원들은 ‘후보를 올려봤자 최종 표결 대상에 오르지도 못할 것’으로 생각해 후보자를 새로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부터 추천위원 구성이 여권에 유리하게 설정된 구도였기 때문이다.

추천위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오 변호사 추천 사유로 “19년간 각급 법원의 법관으로 근무해 왔다”라며 “공수처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합리적으로 기관을 운영할 인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에 대해서는 “1996년 검사 임관 후 22년간 기관장이나 검찰 간부로 근무하며 뛰어난 통솔력과 리더십을 갖췄다”라며 “수사 경험과 조직관리능력도 갖췄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추천 위원들 사이에서는 판사 출신 오 변호사에 대해 수사기관 조직 운영과 수사력 부족의 우려를, 검사 출신 이 변호사에게는 공수처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인 검찰 견제 기능을 잘 지킬 수 있겠냐는 시각을 표했다고 한다.

추천위는 공수처장 후보 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국회규칙) 제7조에 따라 최종 후보자 2인을 국회의장에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서면추천서 송부를 진행한다. 대통령이 후보자 2인 중 1인을 지명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공수처장을 임명한다. 후보자 지명부터 최종 임명까지는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초대 공수처장인 김진욱 전 처장이 퇴임한 지난 1월20일 이후 처·차장 공백 상태다. 김선규 공수처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송창진 수사2부장이 차장을 대행하고 있다.


☞ [단독]오동운·이명순 변호사,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선정···모두 ‘여권 추천’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2291724001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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