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선물 가져와 기뻐"… 멀로니 前 캐나다 총리 별세

김태훈 2024. 3. 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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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93년까지 9년간 캐나다를 이끌며 캐나다·미국·멕시코 3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체결을 주도한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총리 재임 중 방한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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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방한…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회담
"양국, 태평양 시대 맞아 동반자 관계 구축"

1984년부터 1993년까지 9년간 캐나다를 이끌며 캐나다·미국·멕시코 3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체결을 주도한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총리 재임 중 방한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고인은 전립선암과 신장질환 등을 앓아왔다. 고인의 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버지의 임종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멀로니(1939∼2024) 전 캐나다 총리. 사진은 총리에서 물러나고 10년이 지난 2003년의 모습. AP연합뉴스
캐나다가 아직 영국 자치령이던 1939년 퀘벡주(州)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명이 조금 독특하지만 ‘중도 우파’를 표방한 진보보수당을 이끌고 1984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캐나다 제24대 총리에 취임했다.

재임 시절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등 서방 주요 지도자들과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1980년대 캐나다 사회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뜻에서 ‘캐나다의 레이건’으로 불린다. 1988년 캐나다·미국 자유무역협정(FTA)과 1992년 나프타 체결을 주도했다.

캐나다는 퀘벡주의 프랑스어권과 나머지 영어권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다문화사회다. 마침 퀘벡주가 고향인 고인은 두 언어권의 통합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고인의 별세 직후 내놓은 애도 성명에서 바로 이 점을 거론하며 “오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현대적이고 역동적이며 번영하는 캐나다를 만드는 데 기여한 고인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총리 취임 2년 만인 1986년 5월 한국을 방문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만났다. 캐나다 총리로는 역대 2번째 방한이었다. 마침 고인이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날 많은 비가 내렸다. 전 대통령이 고인을 맞이하며 “요즘 가뭄이 계속되는데 (총리) 각하께서 단비를 선물로 가져오셔서 더욱 기쁘다”고 환영 인사를 건넨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86년 5월 방한한 브라이언 멀로니 캐나다 총리 부부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멀로니 총리,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멀로니 총리 부인 미라 멀로니 여사.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이에 고인은 “(대통령) 각하와 한국민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한다”며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경제적 기적을 이룩하는 데 캐나다가 주요 수출시장으로서 다소마나 기여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당시 두 정상은 한국·캐나다 양국이 태평양 시대를 맞아 교역, 과학기술,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고인은 캐나다가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주최국이란 점을 들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한국에 노하우 전수 등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6·25전쟁 당시 연인원 2만5687명의 병력을 한국에 보냈다.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숫자다. 캐나다는 또 미국, 호주, 태국과 더불어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4국 중 하나다. 6·25전쟁에 참전한 캐나다군은 전사 516명, 부상 1212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사자 516명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그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상당수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캐나다 육군 중장인 데릭 매콜리 장군이 현재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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