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자지구 ‘구호트럭 참사’에 “이스라엘 조사 신뢰···구호품 항공투하 동참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에 몰려든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는 등 대규모 참사가 벌어지자 항공을 통한 구호품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빗발치는 ‘독립 조사’ 요구에도 이스라엘의 자체 조사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참혹한 전쟁으로 가족들을 먹이지조차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도움을 받으려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여러분은 모두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가자지구 북부에선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에 몰려든 굶주린 민간인들에게 발포,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최소 115명이 숨지고 75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경고 사격’을 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희생자 대부분이 몰려든 인파에 압사했거나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상자의 80%가 총상을 입었다는 증언이 나오며 국제사회 여론은 싸늘한 상황이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3021032001
바이든 대통령은“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며, 무고한 생명과 어린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요르단 등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항공을 통해 구호품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자에 수백대의 트럭이 오가게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자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수일 내에 항공기를 통해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품을 투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호품 공중 투하가 트럭 운송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해상 통로 역시 개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요르단, 이집트, 프랑스 등은 지난달 27일부터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이 육로를 통한 구호품 전달을 방해하고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이 구호품을 약탈하는 등 정상적인 지원이 어렵게 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공중 투하를 시작한 것이다.
비행기로 공중에서 구호품을 떨어뜨리는 방식은 육로 이송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높은 데다, 사고 위험도 커 분쟁 지역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처음 가자지구에 투하된 지난달 27일 일부 구호품이 바다에 떨어지자 주민들이 깊은 바다로 헤엄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2281605011
이런 한계에도 국제사회가 속속 공중 투하 작전에 나서는 것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트럭에 몰려든 주민들이 대규모 희생되는 참사까지 벌어지자 미국도 이에 동참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이스라엘의 ‘자체 조사’를 신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며 “그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그동안 “매우 정직하고 솔직했다”며 이들에게 조사 완료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이 객관적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믿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참사가 휴전 협상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는 10일쯤 시작하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까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여전히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목적지까지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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