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가자지구…"구호트럭 발포 비극은 권력 공백 탓"

강민경 기자 2024. 3. 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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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극심한 혼란 속에 발생한 구호 트럭 발포 사건은 현지의 권력 공백으로 인한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군사 전문가들과 구호 전문가들을 인용,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의 포화 속에 인도주의적 물자를 전달하는 일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구호 트럭을 둘러싸고 발생한 이번 발포 사건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민간인 인명 피해 중 하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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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분석…"가장 큰 민간인 인명피해 벌어져"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아이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02.28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극심한 혼란 속에 발생한 구호 트럭 발포 사건은 현지의 권력 공백으로 인한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군사 전문가들과 구호 전문가들을 인용,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가자지구에서 전쟁의 포화 속에 인도주의적 물자를 전달하는 일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은 구호품을 받으려고 모여든 가자 북부 가자시티 주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민간인 112명이 숨지고 7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WSJ은 춥고 캄캄했던 사건 당일 새벽, 수천 명의 굶주린 가자지구 사람들이 식량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지중해 해안으로 몰려갔다고 전했다.

식량과 구호물자를 실은 약 30대의 트럭이 이스라엘군의 엄호를 받으며 가자지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자지구가 무법천지가 되면서 식량은 약탈자들의 표적이 되었고, 물자 전달이 위험해지면서 이스라엘군이 구호물자 배급에 더 깊숙이 개입하는 '인도주의 작전'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아이를 태운 수레를 힘겹게 밀고 있다. 2024.02.2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주민들은 트럭 주변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자식 여섯 명을 둔 가자지구 주민 압두 아시는 WSJ 인터뷰에서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극도로 배가 고팠다"고 회고했다.

순간 총성이 울렸다. 아시의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땅에 철퍼덕 쓰러졌다. 머리에는 총탄이 박혀 있었다. 누가 총을 쐈는지 오리무중인 가운데, 어느새 주변에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비규환 속에 일부 생존자들은 트럭 짐칸에서 밀가루와 쌀, 렌틸콩, 대추, 통조림 콩 등을 들고 도망쳤다.

호송 트럭 행렬의 뒷부분에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몇몇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탱크로 접근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해산시키려고 경고 사격을 했으나, 이들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당시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이 10명 미만이라며, 112명이 숨졌다는 가자지구 보건부 주장을 일축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몰려든 주민들에 의해 압사했거나 트럭에 치여 숨졌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WSJ은 구호 트럭을 둘러싸고 발생한 이번 발포 사건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민간인 인명 피해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얼마나 식량에 절박한지, 현지 상황이 얼마나 통제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WSJ은 진단했다.

가자지구 주민 대부분은 난민이고, 굶주린 데다 의료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완전히 폐허가 돼 버린 북부 지역에도 30만~50만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곳은 남부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에 손을 놓고 있었고, 구호 활동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스라엘이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 구호물자 지원에 대한 지국의 반대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엔과 국제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 북부가 만연한 폭력으로 무법지대가 되면서 구호 임무를 축소했다.

또 이스라엘의 극우 시위대가 구호 트럭의 가자지구 접근을 방해하는 시위를 펼치면서 지난달 반입된 구호 물량은 전 달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구호물자 전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미국이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5일부터 '인도주의 작전'이라는 기치 아래 구호물자 반입을 감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9일에 비극이 벌어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몇 발의 경고 사격으로 폭도들을 해산시키려 했다"면서도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북부의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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