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타→첫 홈런→KS 우승→FA 대박' 36세 베테랑의 4년 만에 생일, 두 번째 FA 앞두고 심상치 않다 [대만 현장]

핑둥(대만)=김동윤 기자 2024. 3. 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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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핑둥(대만)=김동윤 기자]
키움 최주환이 2월 29일 대만 핑둥현 얀푸향에 위치한 CTBC 파크에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가뜩이나 기다려온 진짜 생일이 있는 해인데 호재의 연속이다. 키움 히어로즈 신입생 최주환(36)이 4년 만에 찾아온 생일을 맞아 남다른 각오를 내보였다.

최주환은 1988년 2월 29일생으로 흔치 않은 윤년 윤일에 태어났다. 4년 만에 생일이 돌아오는 탓에 진짜 생일을 맞이한 건 이번이 9번째. 하지만 프로에 들어와서는 매년 생일이 없어 아쉽다기보단 오히려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진짜 생일이 있는 해에는 꼭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강초-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최주환은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06년 처음으로 1군에 데뷔한 그가 KBO리그 첫 안타를 때려낸 것이 프로 와서 첫 진짜 생일이 있던 2008년이었다. 또 한 번 찾아온 2012년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온 첫 시즌이었다. 그해 최주환은 프로 데뷔 7년 만에 진명호(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첫 홈런을 때려냈다. 그것도 팀의 승리를 이끄는 만루홈런이었다.

2016년에는 정규시즌 85경기 타율 0.281(160타수 45안타) 2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6으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2020년은 최주환이 가장 빛난 시즌 중 하나였다. 프로에 들어와 가장 많은 경기(140)와 타석(574)에 나서면서 타율 0.306, 16홈런 88타점 63득점, OPS 0.838로 풀타임 2루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 결과 그해 12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4년 총액 42억 원에 FA 대박을 터트렸다.

또다시 찾아온 4년 만에 진짜 생일의 해에는 변화가 많았다. SSG와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키움에서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키움의 호명을 받았다. 그동안 겪어온 팀들과 달리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았지만,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후배들과 그들에게 스스럼없는 최주환 본인의 성격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키움 최주환.

최주환은 지난달 29일 대만 핑둥현 얀푸향에 위치한 CTBC 파크에서 열린 중신 브라더스와 연습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생일이 있는 해마다 항상 좋은 일이 있었다. 키움에 있는 젊은 친구들이 편하게 잘 대해주고 훈련을 성실히 해서 나도 많이 적응하고 즐겁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준비에 앞서 액땜도 확실히 했다. 이날(2월 29일) 최주환은 중신전에 선발로 나설 계획이었으나, 훈련 중 타구에 머리를 맞아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최주환은 생일 전후로 가볍게 다친 것조차 좋은 일이 있던 해의 흐름과 비슷하게 느꼈다는 후문. 여기에 올해는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의 내야가 메이저리그식으로 변화하고 좌타자에 불리했던 수비 시프트가 제한되면서 최주환에게는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최주환은 "시프트 제한은 확실히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3년간 잡힌 타구 분포도를 계산해 보면 마냥 타율 1~2푼 차이는 아닐 것이다. 확실히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이 크다. 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기록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지난해 20홈런을 쳤는데 여기서 타율도 2할 7푼, 2할 8푼까지 올라간다면 팬들도 충분히 좋은 타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최주환은 주 포지션이었던 2루보다 1루로 더 많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루에는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혜성(25)이 붙박이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혜성은 부상이 잦지 않은 선수여서 최주환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1루에서 주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 최주환.

최주환은 "1루를 제대로 연습하는 것이 프로 들어와서는 올해가 처음이다. 스프링캠프 때 이 정도로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2루 훈련은 덜 하긴 하지만, 그동안 2루를 주로 해서 상황에 따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하다 보니 멀티 포지션이 지닌 장점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 해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병호(38·KT 위즈)가 떠나면서 키움에는 20홈런 타자를 보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기대할 만했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메이저리그로 떠난 상황. 팬들은 최주환이 4년 전 보여줬던 그 모습처럼 풀타임 20홈런 타자가 돼 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주환으로서도 2년 전부터 나온 에이징커브 이야기를 극복하고 두 번째 FA를 앞두고 각오가 남다르다.

최주환은 "2022년 내게 에이징 커브가 시작됐다는 소리가 나왔다. 몸 관리를 잘 안 한 상태에서 그런 지적을 못 받아들이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몸 관리를 잘한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속상한 부분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144경기를 잘 뛰어야 한다. 수치적인 것보다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쌓아 나아가면 평균적인 타격 지표도 좋아질 거 같다"며 "난 올해 우리 팀 공격력이 마냥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두 자리 홈런 칠 선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그정돈 아닌 거 같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고 하나하나 조각을 맞추다 보면 우리 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핑둥(대만)=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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