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김기동 감독이 ‘명장’인 이유, “좋은 축구? 결과가 안 좋으면 의미가 없다”
[포포투=정지훈]
K리그1 12개 팀들이 선택한 올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하는 팀은 FC서울이다. 제시 린가드라는 슈퍼스타가 온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김기동 감독이 있다. 김기동 감독은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즐기면서 FC서울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이번 시즌이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이 여전히 강력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왕좌 탈환을 꿈꾸는 전북 현대와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광주, 대전하나시티즌, 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 등도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화제의 중심에는 역시 서울이 있다. ‘명장’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레전드 기성용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명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의 ‘슈퍼스타’ 린가드를 영입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계 훈련을 마친 김기동 감독은 “100%는 아니지만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1차 훈련 때 모두가 함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훈련을 하다 보니 느낀 것이 있다. 서울 선수들의 네임벨류가 있다 보니 새로운 축구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훈련 태도가 확실히 다르다. 이제 기복을 줄이는 것이 과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른 K리그1 구단들도 이번 시즌 돌풍의 팀 또는 가장 주목해야할 팀으로 서울을 선택했다. 수원 FC의 김은중 감독, 제주의 김학범 감독, 인천의 조성환 감독, 울산의 홍명보 감독, 전북의 페트레스쿠 감독 등이 서울에 표를 던졌다.
김기동 감독도 서울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서울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울에 왔다. 자신이 있다. 서울은 좋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름값으로 축구하는 것이 아닌, 팀으로 축구를 하겠다. 잃어버린 서울의 영광을 되돌리겠다”고 전했다.
김기동 감독이 K리그 최고의 명장인 이유는 분명했다. 좋은 축구를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좋은 축구를 통해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포항에서 하던 축구를 서울에서 더 발전시키고 싶다. 다만 성적이나, 결과가 안 좋으면 의미가 없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빨리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다. 상대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때는 변화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FC서울 김기동 감독 인터뷰]
-FC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동계 훈련을 진행했다. 성과는?
현재까지 좋다. 연습 경기는 내가 오기 전에 세팅이 돼있었기 때문에 100%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성과가 있었다. 다만 모든 선수들과 1차 때부터 훈련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훈련을 하다 보니 느낀 것은 서울 선수들 모두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들이다 보니 훈련 태도가 좋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이제 기복을 줄이면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 태도나 기술적인 부분은 확실히 좋다. 다만 수비로 전환됐을 때 책임감이 부족하다. 내려오기는 하지만 악착 같이 볼을 따내는 것이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2차 훈련에 기성용이 합류했다. 어떤가?
좋은 선수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솔직히 놀란 것도 있다. 유럽과 호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합류했는데, 확실히 클래스가 있는 선수다. 이미 호주에서 몸을 만들어 왔다. 서울에 합류하자마자 첫 번째 연습 경기를 소화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성용이가 가장 많이 뛰었다. 알아서 몸을 만들어 왔고, 이런 부분은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 기량 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부족한 것이 없는 선수가 열심히 뛰면 후배들은 더 뛸 수밖에 없다.
본인이 유럽에서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에 훈련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아주 좋다. 다만 근력보다는 코어 강화 위주로 웨이트를 한 것 같은데, 근력이 있어야 여름이 지나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 부분만 더 챙기면 완벽할 것 같다.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주장 완장까지 채웠다.(웃음)
-선수단 영입에는 만족하는가?
만족한다. 구단과 상의를 하면서 결정한 영입들이다. 최근에는 이라크 국가대표 센터백이 왔다. 이라크 선수지만 어렸을 때 스웨덴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이라크 선수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고, 성격도 좋다. 영상을 보고 결정했는데, 그 이상으로 만족한다.
-린가드를 영입하게 된 배경은?
1차 훈련 장소인 태국 쪽에 와서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테스트다. 워낙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 스카우트를 보내 린가드 선수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순발력이나 기술이나,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다만 경기를 오랜 시간 뛰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만 주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는 평가였다. 판단은 제가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클럽에서 뛴 선수인데도 성실하게 스케줄을 소화해줬다.
-린가드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선수지만 능력이나, 태도도 좋은 선수다.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욕심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면 많은 팬들이 실망할 수도 있다. K리그 수비가 상당히 거칠고 타이트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간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 밑에 있었던 선수다. 보통 감독이 아니지 않나? 수비 가담이나 활동량, 위치 선정, 포지션 플레이 등은 이미 갖춰진 선수다.
포항 때부터 함께 하고 있는 기지용 통역관이 린가드의 기본 정보를 분석해서 가져다줬다. 포항에 있을 때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생활이나 심리 상태를 분석해서 리포트로 줬는데, 이번 자료를 통해 린가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많은 도움이 됐다.
-린가드가 광주와 개막전에 포함될 수 있을까?
아직 몸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뛴다면 20분 정도에서 35분 정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연습 경기를 했는데, 공격을 하고 나서 수비로 내려오지를 못하더라. 그래서 ‘린가드! 실망했어’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 훈련 마치고 개인 훈련도 열심히 한다. 광주전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정효 감독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광주 흥행에 도움주고 싶지 않다고.(웃음) 확실히 기술이 있다. 수비 라인을 파괴하는 움직임이 있고, 패스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유의미한 패스를 연결한다. 상황 판단이 좋다. 확실히 맨유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어린 선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광주와 개막전, 이정효 감독과 만남은?
연맹에서 일부러 붙인 것 같다.(웃음) 축구 적으로 보면 열정적인 지도자다. 3백을 쓰다가 K리그1에서 4백으로 바꿨는데, 전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K리그2에서 우승한 전술을 K리그1에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당당함과 자신감이 있는 감독이다.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만났는데, 이정효 감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죠? 일찍 만나서 다행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웃음) 재미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친절한 기동씨’라고 부른다. 전술적으로 쉽게 설명해준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별명 바꿔야겠다. 친절한 기동씨로.(웃음) 일단 선수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다행이고, 힘이 난다. 어린 선수들이 합리적인 요구나 지시는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소통과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
-김기동 감독이 전술가로 불리는 이유 또는 비결은?
경기에서 지면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열심히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한 경기 끝나면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경기에서 실패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2021년도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울산을 잡았었는데, 하루 만에 준비해서 변칙 전술을 꺼냈다. 그동안 썼던 전술이 아닌 새로운 전술을 사용했는데, 운도 좋았지만 잘 먹혀들어갔다. 변화를 줄 때 친절하게 설명해서 ‘친절한 기동씨’인가?(웃음) 변화를 주더라도 큰 틀은 가져가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당시 경기에서 핵심인 신진호 등이 빠졌기 때문에 변화를 줬다.
기본적으로 포지셔닝이 좋아야, 볼을 가지고 주도할 수 있다. 밸런스와 포지셔닝이 좋아야 기복이 없어진다. 패스를 선택할 때가 많아진다. 경기에 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꾸준한 축구를 할 수 있다. 포지션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감독이 할 수 없다. 볼을 받는 방향과 위치선정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선수들도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하면 잘 받아들인다.
-이번 시즌 기대되는 어린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온 민지훈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하지만 기술도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2년만 지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가고시마 전지훈련에는 데려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 영욱이 등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인데, 조금만 더 성장하면 진짜 기대가 된다.
-재활공장장이 된 비결은?
사실 지도자가 강요를 하고, 고집을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간혹 전술에 선수를 맞추려는 경우도 있는데, 현대 축구에서는 그렇게 하면 어렵다. 선수와 소통을 하고, 그 선수의 특징을 파악해서 모두가 잘할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서울에서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기본적으로는 포항에서 하던 축구를 서울에서 더 발전시키고 싶다. 다만 성적이나, 결과가 안 좋으면 의미가 없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빨리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다. 상대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때는 변화를 줘야 한다. 과거 서울을 보면 상대 진영까지는 패스 연결이 잘되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올해는 좀 더 역동적이고, 간결하게 올라가야 한다. 수비를 할 때는 빠르게 전환하고, 적극성을 가지고 수비를 해야 한다. 상대가 압박을 시도할 때는 포지셔닝을 통해 벗어나야 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맞싸워야 한다. 연습 경기를 할 때보면 안 풀릴 때는 예전의 축구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잡아주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축구에 대한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서울의 영광을 되돌리겠다고 했는데, 자신 있는가?
서울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울에 왔다. 자신이 있다. 서울은 좋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름값으로 축구하는 것이 아닌, 팀으로 축구를 하겠다. 잃어버린 서울의 영광을 되돌리겠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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