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굶주린 주민들에 무차별 발포했나···“구호품 참사 희생자 80%가 총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굶주림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벌어지며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상자 대부분이 총상을 입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혼란을 막기 위해 ‘경고 사격’만 했다는 이스라엘군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알아우다 병원의 모하메드 살하 병원장은 AP통신에 이 병원으로 이송된 176명 중 80%에 해당하는 142명이 총상을 입었고, 34명이 압박으로 인해 다쳤다고 밝혔다.
북부의 또 다른 병원인 카말 아드완 병원의 후삼 사피야 박사 역시 이 병원으로 이송된 사상자 대부분이 상반신에 총상을 입었으며, 사망자 중 상당수가 머리, 목,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밝혔다.
북부 가자시티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직원들을 급파한 유엔도 치료를 받고 있는 200명 이상의 부상자 가운데 많은 인원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전 4시쯤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30대가 들어서자 배고픔에 지친 주민들이 일제히 몰려 들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 진입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해 현재 가자지구 전역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한 달 넘게 구호트럭 진입이 중단된 북부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
굶주린 인파가 몰려들자 이스라엘군은 사격을 하며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115명이 숨지고 750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받으려는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총에 맞아 사망한 주민은 소수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경고 사격’을 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희생자 대부분이 몰려든 인파에 압사했거나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격 상황에 대한 생존자·목격자 증언이 속속 공개되며 국제사회는 들끓고 있다. 이번 참사가 계속되는 전쟁과 이스라엘군의 구호 봉쇄에 따른 처참한 인도주의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호품 보급을 즉각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민간인이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된 가자지구 상황에 깊이 분노한다”며 “총격을 가장 강하게 규탄하며 진실, 정의, 국제법 준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자의 상황은 끔찍하다”며 “구호품 공급을 위해 즉각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죽음은 끔찍했다”며 긴급한 조사와 책임 규명,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품 반입을 촉구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절박하게 기다리더 무고한 민간인들이 살해된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독립적인 조사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번 사건을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방지하라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잠정조치 명령을 이스라엘군이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참사에도…‘독립 조사’ 아닌 ‘이스라엘 자체 조사’로 충분하다는 미국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도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독립적인 조사’가 아닌 이스라엘 정부의 ‘자체 조사’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며 “그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그동안 “매우 정직하고 솔직했다”며 이들에게 조사 완료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객관적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믿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3011457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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