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훨씬 잘하겠다…속 터지는 중국 게임광고의 노림수

최우영 기자 2024. 3.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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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서투른 플레이로 다운로드 유도하는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
실제 게임 플레이는 광고와 너무 달라 허위·사기 비판 줄이어
다수의 소과금 유저 공략해 매출 올린다는 점은 국내 업계도 참고해야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구글 애드가 적용된 앱을 쓰다보면 게임 플레이 영상 광고가 종종 나온다. 이 광고들의 공통점은, 게임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이다. 함정이 뻔히 보이는 곳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킨다거나, 간단한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못 풀어서 금방 캐릭터가 죽어버리게 만든다.
이른바 '트롤링'(고의로 게임을 못하는 행위)을 대놓고 하는 광고의 의도는 뻔하다. "내가 하면 저것보단 잘하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켜 게임 앱을 다운로드 받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른바 게임 '고인물'들은 "누가 그런 게임을 다운로드 받겠느냐"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광고에 넘어간다. 광고에는 다수의 소과금 유저들을 공략하려는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광고 '융단폭격'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
'발암 광고'의 전형, 라스트 워: 서바이벌. /사진=구글애드 캡처
상당수의 모바일 게임에는 구글 광고가 붙는다. 인게임 과금 요소가 있어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가 아닌 이상 소과금 유저들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광고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대부분은 구글 애드로 광고를 설정하는데, 최근에는 중국산 게임들이 광고 노출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라스트워: 서바이벌', '탕탕특공대', '기적의 검'과 같은 게임들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구글 광고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게임사들이 최근 기피하는 '연예인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유명 개그맨이나 탤런트, 트로트 가수, 인기 있는 스트리머들까지 중국산 게임을 홍보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광고 효과는 확실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한 라스트워는 2월 국내 앱마켓에서 일간 매출순위 1~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2022년 8 출시한 탕탕특공대 역시 올해 2월 국내 앱마켓 매출 순위 20~3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작 게임 해보니 "광고랑 다르네?"
AFK아레나 광고 영상(왼쪽)과 실제 플레이 영상(오른쪽). 같은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사진=i3Stars 유튜브 캡처
중국산 양산형 게임 광고의 문제는 대부분 '낚시성'이라는 데 있다. 광고 영상에 나온 플레이와 실제 플레이의 온도차가 너무나도 크다는 게 게이머들의 주된 반응이다. 광고 속 세련된 플레이 영상과 달리 실제 게임은 조악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식이다. 심지어 게임에 존재하지도 않는 콘텐츠를 광고에서 소개한다거나, 소과금만 해도 아이템을 퍼준다고 광고하는데 실제로 이를 사용하려면 또 다른 결제가 필요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수년 전부터 반복된 문제제기였다. 중국산 양산형 게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게 릴리스게임즈의 AFK아레나, 4399코리아의 기적의 검 등이다. 4399코리아는 과거 '저질 성희롱성 광고'로 유명했던 게임 '왕이 되는 자'를 서비스했던 업체이기도 하다.

허위 광고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과 분노는 고스란히 광고 모델을 맡았던 연예인에게로 돌아간다. 기적의 검을 광고했던 소지섭과 안젤리나 다닐로바는 이미지 훼손을 막지 못했다. 같은 게임 광고모델로 나섰던 영탁과 강호동 역시 악플에 시달렸다. AFK아레나 광고 모델이던 국민 여동생 김유정에 더해 광고 영상을 찍은 유튜버 보겸, 마루에몽, 윾짱도 비난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이유? "돈 되니까"
기적의 검 모델로 나선 강호동. /사진=유튜브 광고 캡처
게이머들은 허위 광고라고 욕하지만, 실제 플레이를 확인하기 위해 몇천원에서 몇만원 수준의 소과금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한번 과금을 시작하면 매몰 비용이 아까워서 더 많은 과금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허탈감과 분노만 남는 식이다.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은 이러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실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유저들을 확보해 조금씩이라도 돈을 쓰게 하는 식이다. 대형 MMORPG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국내 게임사들이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쓰는 핵과금, 이른바 '고래 유저'들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과 상반된다.
분통 터지는 현실, 배울 점이 있다면…
라스트워 못지 않게 광고 융단폭격을 일삼는 탕탕특공대. /사진=하비
아직까지 허위 광고를 일삼는 중국 게임업체들을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게임산업을 들여다 보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상대적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하는 BM(비즈니스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옥죄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국이 뒷짐지고 있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눈먼 돈은 중국으로 흘러간다.

다만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 '고래'만을 노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핵과금 유저에게 집중해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확률형 패키지를 만들어 팔 생각만 하는 일부 국내 게임사들도 못하는 '대중 공략'을 중국산 저질 게임들이 해내고 있다. 저질, 허위광고로 점철된 중국산 게임들이 퀄리티를 높이면서 자연스레 광고와 플레이 속 간극이 줄어든다면, 그때는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진정으로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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