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80% 총상"… '가자 구호트럭 참사' 진상조사 압박 가중

서혜림 2024. 3. 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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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독립조사 촉구…영국 "긴급조사·책임규명 필요"
국제사회 부글부글…미국은 이스라엘 자체조사 힘 실어
구호 식량 배급받는 가자지구 아이들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에 몰려든 민간인 수백 명이 사상하는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한 이번 참사는 멈추지 않는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의 처참한 인도주의적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 지역에 대한 구호품 보급을 즉각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대부분 압사" 주장…"환자 80% 총상" 현지 증언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 10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경고사격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대부분이 압사했거나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고 설명했지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발포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발생지의 한 병원에서는 이송된 부상자의 80% 이상이 총상을 입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가자 북부의 알 아우다 병원의 모하메드 살하 병원장은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이 병원으로 이송된 176명 중 142명이 총상을 입었고 34명이 압박으로 인한 부상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사건으로 112명이 사망하고 7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목격자들과 일부 부상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증언했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책임 규명 촉구…프랑스, 독립적 조사 지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죽음은 끔찍했다"며 긴급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더 많은 구호품 지원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민간인이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된 가자지구에서 나온 사진에 깊이 분노한다"며 "이런 총격을 가장 강하게 규탄하며 진실, 정의, 국제법 준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자의 상황은 끔찍하다"며 "구호품 공급을 위해 즉각 휴전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도적 상황은 재앙적이었고 지금 발생한 일은 방어할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며 유엔의 독립 조사 요구를 지지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설명'을 요구하며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위한 휴전을 촉구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X를 통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절박하게 기다리던 무고한 민간인들이 살해된 사건에 충격을 받았으며 혐오감을 느낀다"며 독립적인 조사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집단 말살)를 방지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잠정조치 명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는 오는 10일께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 휴전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제 구호단체들의 규탄 목소리도 계속됐다.

난민 지원단체인 국제난민은 성명을 통해 "가족을 위해 구호품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민간인들을 죽이는 일은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이 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이스라엘이 솔직하게 조사할 것" 신뢰

국제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진상 파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독립 조사가 아닌 이스라엘 정부의 자체 조사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며 "그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그동안 "매우 정직하고 솔직했다"며 이들에게 조사 완료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긴급하게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우리는 조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조사 결과와 관련한) 답변을 (이스라엘 측에) 독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중 투하 방식의 구호품 지원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에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조만간 우리는 요르단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항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구호품을 뿌리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우리는 가자에 수백 대의 트럭이 오가게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구호품의 육상 보급로 확보에도 노력한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객관적인 자체조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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